"가자 즉각 휴전"…입장 바꾼 美, 안보리에 결의안 제출

이소현 기자I 2024.03.21 14:44:18

가자지구 위기 놓고 바이든·네타냐후 충돌 후
휴전 협상 뚜렷한 성과 안보이자 전격 조치
'민간인 보호'에 한층 더 강한 경고 메시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했다. 그간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우방이자 안보동맹국으로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하던 것에서 벗어난 조치로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앤서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제다를 떠나 이집트 카이로로 향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2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현지 매체 알 하다스에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결의안을 제출했고 이는 지금 안보리 앞에 있다”며 “우리는 각국이 이를 지지하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그것이 강력한 메시지,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해온 미국은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안보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인도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미국은 휴전과 국제법 준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면 진행 중인 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러다 이번엔 미국은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면 즉각 휴전에 들어가야 한다며 자체 결의안을 낸 것이다.

이날 결정은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의 인도주의 위기를 두고 이스라엘 정부와 갈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민간인 보호 요청을 거부하고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 의지를 고수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최근 거센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는 이스라엘은 새로운 총리를 뽑아야 한다며, 사실상 내정간섭성 발언으로 압박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지지하며 거들었다.

안보리 결의안은 휴전에 대한 강제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이스라엘을 향한 한층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표결에서 최소 9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하며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국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유엔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 이사국 등 15개국으로 구성된다.

20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단체 하마스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알 시파 병원과 그 주변 지역을 공습하는 동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뒤 자국 안보를 위해 하마스를 전면 해체하겠다며 가자지구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전쟁이 지속하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에서 숨진 이들은 3만10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미국과 주변국들은 압박과 중재에 나서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석방과 관련된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과 함께 강력한 제안을 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지만, 하마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협상가들은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남부지역인 라파 공격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그동안 ‘안전지대’라고 밝혀 왔던 라파에는 현재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40만명의 피란민과 주민이 몰려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약 150만명이 대피하고 있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민간인 대피 계획을 곧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공격하면 전례 없는 규모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해 이를 만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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