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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광 “이·팔전쟁, 모든 건 이란이 짠 오케스트라"[인터뷰]

윤정훈 기자I 2023.10.24 15:46:44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위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헤즈볼라 전면전은 전쟁 분수령
이-팔 양측 피해 규모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어
하마스 강력한 저항·우기 접어들어 전쟁 장기화 우려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친이란 성향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발생한 사상자가 6500여명을 넘어서면서 ‘신(新)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을 전공한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위원을 24일을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위원이 24일 이-팔 전쟁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성 위원은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투입과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참전을 이번 전쟁의 분수령으로 본다”며 “헤즈볼라는 그동안 잽만 날렸는데 전면전을 하게 되면 전쟁이 웰터급에서 헤비급으로 확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기가 뛰어난 헤즈볼라가 뛰어들면 이스라엘군의 사망자가 늘어나고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개입하면 이란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중국, 러시아 등도 변수가 될 수 있어 1차원적인 전쟁이 다차원으로 복잡해진다”고 전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에 참전의 명분이 생긴다. 실제 미국은 이-팔 전쟁 후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호와 아이젠하워호를 동지중해로 이동시키고, 중동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했다. 여기에 미 6함대의 기함인 마운트 휘트니도 이스라엘 인근으로 이동 중이다. 이란과 레바논 등 중동 국가들이 전쟁에 개입하는걸 방지하기 위함이지만, 여차하면 투입될 수 있는 병력이다.

성 위원은 이번 전쟁을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평가했다. 성 위원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확전을 막는 것이 모양새가 좋았는데, 이제는 사실상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간의 전면전이 시간문제인 상황”이라며 “이스라엘이 지는 건 미국의 헤게모니가 상처를 받을 수 있어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전쟁”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23일 레바논 북부 국경 근처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사진=AFP)
하지만 하마스가 땅굴에 들어가서 결사 저항태세를 하는만큼 과거와 달리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성 위원은 “가장 최근 이·팔전쟁이 벌어진 2014년에는 51일 정도 했는데, 그때는 건드리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은 괴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총길이 500㎞ 땅굴에 이스라엘 날씨가 10월부터 우기로 들어가는 시기라 전쟁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전쟁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로는 이란과 러시아를 꼽았다. 러시아는 중동에 전선 하나가 더 생기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 협상이 중단되면서 이란은 수혜를 입었다.

성 위원은 “이번 전쟁은 연출·제작·음악 모든 걸 이란이 짠 오케스트라로 본다”며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국교 정상화한다면 외교적 압박이 컸을 이란은 이번 수교를 막아야 하는 강력한 명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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