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800원(0.95%) 오른 19만 1800원에 마쳤다. 최근 한 주간 8.45% 하락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2.27%)보다 가파른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전날 SK하이닉스는 무려 8.87% 내리며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은 하이닉스가 역대급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이라 더 뼈아팠다.
SK하이닉스는 전날 2분기 매출액이 16조 4233억원, 영업이익 5조 468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며 영업이익도 6년 만의 5조원대였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회에서 HBM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0% 이상,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증가하며 성장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5세대 12단 HBM3E의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주요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한 상태며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해 4분기부터 본격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상반기에만 67.14% 오르며 급등한데다 최근 AI 관련 종목들이 뉴욕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 모두에서 조정을 받으며 차익 매물이 출회했다. 게다가 SK하이닉스의 새로운 HBM 라이벌들이 등장하는 점도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SK하이닉스의 공급량만으로 소비량을 모두 충당할 수 있었던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할 경우, HBM 부문의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초기 AI 투자기에 경쟁적으로 가속기 반도체를 확보 중인 미국, 중국 빅테크 업체들이 비용 증가, AI 매출 저조, 재고 증가,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내년부터 투자 강도를 완화한다면 HBM 수요도 현재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 역시 기존 26만8000원에서 21만7000원으로 낮춰잡았다. NH투자증권 역시 경쟁자의 HBM 시장 진입을 이유로 목표가를 30만원에서 28만원으로 하향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 역시 최근 아시아태평양 및 신흥국 추천 종목에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반도체 사이클 회복이 예상보다 늦을 것으로 예상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HBM시장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새로운 공급자가 나타난다해도 이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AI관련주가 과열된 점은 사실이지만,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로 급락한 만큼, 가격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7월 들어 엔비디아는 9.11%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18.90% 내렸다. 실제 유진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상향했고, 다올투자증권도 목표가를 29만 5000원에서 한 달 만에 31만원으로 올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의 HBM 공급 참전 등 변수들 탓에 소화과정이 필요해보이지만, 업황과 실적만 놓고보면 주가는 충분한 매수 가능권”이라며 “HBM은 물론이고, 일반 디램시장도 시황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내년 업황 개선을 올해 하반기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며, 반도체 주가 상승 사이클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 “반도체의 중장기 성장성이 유효한 만큼,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Fab)과 업무 시설을 건설하는 데 약 9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