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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 최모(22)씨는 ‘디시인사이드’에 작성한 글이 발굴되기도 했다. 최씨는 흉기 사진을 올리거나, ‘서현역 지하에 가고 있다’ 등 자신의 동선을 알리는 글을 범행 직전에 게시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신림동 살인’ 등을 검색했던 기록을 확보해 온라인을 통한 모방 학습과 범죄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역과 잠실역 등 번화가를 언급하며 ‘살인 예고’를 암시한 글 대부분은 디시인사이드에 게재됐다. 디시인사이드는 다양한 주제로 운영되는 게시판 여러 개가 모인 커뮤니티로, ‘국내야구’, ‘한석원’, ‘토이’ 등 제목의 게시판에도 살인 예고가 올라오는 등 게시판의 특정과 추적이 어렵다. 여기에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어 IP주소 등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게시자를 추적하기에도 시간이 걸린다.
디시인사이드 외 익명 기반의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 추적이 어려운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과 해외 기반의 서비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한 살인예고 글 유포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일어났던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의 승객 대피 소동 당시 트위터에는 “칼을 들고 있는 승객이 있다”, “생화학 테러가 일어났다” 등 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 공간에서는 각종 위협과 불안 조성은 물론, 범죄와 연결될 수 있는 내용이 오가는 상황이지만, 수시 모니터링 외 조치를 시행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 4월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청소년 대상 성 범죄 등이 발생했던 ‘우울증 갤러리’는 경찰의 거듭된 차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우울증 갤러리에 접속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아동·청소년 보호 조치 권고에 따라 모니터링과 제재 조치가 강화된다’는 안내문이 팝업으로 뜨는 것이 전부다.
방심위는 온라인 사이트를 포함, 미디어 콘텐츠 전반에 대한 심의를 담당한다. 그러나 특정 전체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이트 내 불법 게시물의 비중이 70%를 넘어야 한다는 임의 기준이 존재한다. 하루에도 수천~수만 건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게시판 중 ‘살인 예고’ 글은 몇 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여기에 특정 사이트 전체의 접속을 차단하는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방심위 등 당국이 시민들의 제보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수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차단을 제외하면 빠른 게시글 삭제 등 유포를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방심위나 사이트 자체의 모니터링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의 제보 창구를 만들거나 제보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