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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발표 후 뜨거워진 사교육…벌써부터 교육생 유치戰

신하영 기자I 2023.01.12 15:19:16

교육부, 2023년 업무계획 통해 유보통합 로드맵 발표
“유보통합 전 보육교사 자격 확보해야” 뜨거운 시장
“통합 이후엔 교사 자격 따기 어려워져…막타 타야”
통합 후 보육교사 처우, 유치원 수준으로 격상 기대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정부가 유보통합 추진계획을 발표하자 사교육 시장의 교육생 유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유보통합이 실현되면 교사 자격을 얻는 게 더 힘들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막차’를 타야 한다는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 교사가 통합되더라도 통합 교육기관의 교사가 되려면 일정 절차·자격요건이 필요하다며 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유보통합 추진 계획이 포함된 업무보고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육부, 유보통합 로드맵 발표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보통합은 현재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아교육(유치원)과 보건복지부 관할인 보육(어린이집) 업무를 통합하는 것으로 1995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27년간 매듭짓지 못한 정책이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관할하는 ‘학교’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사회복지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유보통합은 미취학 아동이 유치원에 다니든 어린이집에 다니든 균일한 유아교육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된다.

윤석열 정부는 유보통합을 국정과제에 포함했으며 교육부도 최근 2023년도 업무계획을 통해 올 상반기까지 유치원·어린이집 관리체계를 시도교육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밝혔다. 이어 내년까지 유치원·어린이집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2025년부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단계적 통합에 돌입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유보통합 방식은 어린이집이 유치원으로 흡수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영·유아(0~5세) 교육기관’을 만들어 기존 유치원·어린이집을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들썩이는 시장 “통합 전 자격증 따자”

정부가 유보통합 로드맵을 발표하자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보육교사 자격증 과정을 홍보하는 학원·교육원들이 교육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보통합이 실현되면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보육교사)도 통합대상인데 그 전에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둬야 향후 ‘통합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이후에는 통합 교사 자격증을 따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학점은행제는 정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로 주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에서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 보육교사 교육원 관계자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손쉽게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요즘 상담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도 “최근 유보통합 이야기가 나와서 이를 홍보하는 글을 올리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의 박모(44)씨는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를 고민하다가 유보통합을 앞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전의 김모(47)씨도 ”유보통합이 되기 전 자격증을 취득해 놓으면 통합 후 취득하는 것보다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광고성 게시물. 유보통합 전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을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쳐)
교육부 시장과열 우려 “자격요건 필요”

교육부는 통합 기관의 교사가 되려면 일정 절차·자격요건이 필요하다며 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김태훈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좀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기존 보육교사들도 통합 교육기관의 교사가 되려면 일정 절차를 통과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유보통합추진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관련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요건과 질적 수준을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향후 통합 교사의 자격요건과 처우는 현행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정해질 공산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교사의) 질 제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교사 통합은 상향 평준화가 돼야 하며 하향 평준화가 지향점이 될 순 없다”고 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5년 정책연구보고서(유치원·어린이집 교사 권익 보호 실태·증진 방안)에 따르면 국공립 기준 어린이집 교사의 월평균 급여는 214만4000원으로 유치원 교사(336만4000원)의 63.7%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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