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의 국내 제약·바이오업체 31곳의 자산화 현황(2017년 3분기말)을 조사한 결과, 총 4868억원의 R&D 비용 가운데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금액은 1697억원으로 34.8%으로 집계됐다. R&D 비용을 자산으로 분류한 곳은 18곳(58.1%)으로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었다.
이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비교했을 때, R&D비용의 자산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CEO스코어 지적이다. 실제로 CEO스코어가 엘러간, 화이자, 바이엘, 다케다, 로슈, 노바티스 등 11곳을 조사한 결과, 무형자산으로 분류된 R&D 비용은 11조3847억원으로, 전체 R&D 비용(약 59조1177억원)의 19.3%에 그쳤다. 국내 기업보다 15.5%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조사 대상이었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31곳 가운데 8곳은 자산화 비중이 70%를 넘었다. 오스코텍은 R&D 비용(29억원) 전액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했으며, 코미팜, 차바이오텍 등의 무형자산 처리 비중도 80% 이상이었다. 이밖에 씨젠, 셀트리온(068270), 삼천당제약, 인트론바이오, CMG제약 등도 70%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자산화 비중이 큰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삼천당제약과 셀트리온, 차바이오텍, 오스코텍, CMG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R&D에 사용한 금액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면 발생하는 회계상 영업이익 증가, 자산 규모 증가 등의 ‘착시효과’가 주가 급등의 배경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은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정부 판매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임상실험 전부터 자산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상품화가 안 될 경우 자산으로 분류했던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영진약품, 한독, 동국제약, 신풍제약, 환인제약, 케어젠 등은 R&D 금액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생명과학, 한올바이오파마, 녹십자셀, JW중외제약, 셀트리온제약의 자산화 처리비중은 10%를 하회했고, 녹십자, 대화제약, 일동제약, 테고사이언스, 대원제약은 1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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