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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긴장'에 바빠진 방산업계…2년새 수주잔고 10%↑

박종화 기자I 2023.12.28 14:53:42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주잔고 6배 증가
우크라전 이후 동유럽 중심 발주 서둘러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전 세계 방산업체가 바빠졌다. 특히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대규모 수주를 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고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 15개 주요 방산회사의 수주 잔고가 2020년 말 7012억달러(약 904조원)에서 지난해 말 7776억달러(약 1002조원)으로 10.8% 증가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실질 군사비 지출은 전년보다 3.7% 늘어난 2조 2400억달러(약 290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수주 잔고는 상반기 기준 7640억달러(약 985조원)다.

기업별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가 2020년 24억달러(약 3조 1000억원)서 지난해 말 152억달러(약 19조 6000억원)로 6배 넘게 뛰었다. FT가 분석한 회사 가운데 수주 잔고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받은 덕이다. 같은 기간 독일 전차 회사 라인메탈의 수주 잔고도 148억달러(약 19조 1000억원)에서 279억달러(약 36조원)로 90% 가까이 늘었다.

일감이 늘면서 주가도 오름세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글로벌 항공·방산지수는 지난 1년 동안 25% 상승했다. 튀르키예 아셀산(341%), 인도 힌두스탄항공(340%), 라인메탈(180%), 미국 ATI(165%), 한화에어로스페이스(159%) 순으로 지난해 1월 이후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이처럼 방산업계 일감이 크게 늘어난 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탄약 등 막대한 군수물자가 소모되고 있는 데다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도 자국 비축량을 늘리기 위해 군수물자 주문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가까워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군비 증강에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방산업계 일감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닉 커닝엄 에이전시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더 많은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분간 방산업체가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양보다 주문받는 양이 더 많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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