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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게이트' 英존슨, 총리직 유지했지만…리더십 추락

방성훈 기자I 2022.06.07 14:34:53

보수당 불신임 투표서 59%가 '총리직 유지' 찬성
'파티게이트' 비판 속 낮은 찬성률 '반쪽 승리'
“후임자 없어 생존”… 차기 총선까지 집권 힘들듯
야당 대표 "당내 분열로 지지 얻기 힘들 것"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간신히 영국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보수당 불신임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 이른바 ‘파티게이트’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취임 후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불신임 투표에 직면한 데다, 사실상 대다수 보수당 의원들이 존슨 총리의 사퇴를 바라고 있어 리더십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AFP 제공)


보수당 불신임 투표서 59%가 ‘총리직 유지’ 찬성

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보수당 하원의원 불신임 투표에서 총리직 유지에 대한 찬성표가 211표, 반대가 148표를 얻으면서 당 대표직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보수당 규정에 따르면 소속 의원의 과반인 180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당 대표를 이어갈 수 있다. 영국은 내각제 국가로 여왕이 집권당의 대표를 총리로 임명한다. 존슨 총리는 신임 투표 이후 “이제는 국민을 돕는 일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해 11월 파티게이트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후 줄곧 사퇴 요구를 받아 왔다. 코로나19 봉쇄 정책 탓에 모임이 금지됐던 시기에 총리실 파티에 참석했다는 잇단 폭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찰로부터 범칙금까지 부과 받았고 총리직의 권위에도 큰 흠결이 생겼다.

특히 지난 달 총리실 내 술판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정부 보고서가 나오면서 다시 거센 비판이 일었고, 존슨 총리 부부가 최근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수천명으로부터 야유를 받는 장면이 생중계되며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달 11일, 25일, 3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각각 56%, 62%, 63%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에 감염으로 사망한 가족들의 마지막 곁조차 지키지 못했던 경우가 상당했기에 국민들의 배신감과 반발이 더욱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5일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참패한 것도 이번 투표를 실시하게 된 배경이다. 선거 결과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한 지방의회가 11개 줄었고, 보수당 소속 구의원(Councillors) 491명이 자리를 잃었다. 국민들이 보수당에 등을 돌렸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이날 아침 불신임 투표 계획을 발표했다. 보수당 의원의 15%(54명) 이상이 1922 위원장에게 총리 불신임 의사를 밝히면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뚜렷한 차기 총리감이 보지 않는 상황이어서 투표에 들어가면 신임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고,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다.

“후임자 없어 생존”…차기 총선까지 집권 힘들듯

존슨 총리가 가까스로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반쪽 승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얻은 전체 소속 의원(359명) 대비 신임 찬성률(59%)이 2018년 12월 테레사 메이 전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받은 찬성률인 63%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만큼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찬성표를 던진 보수당 의원들이 존슨 총리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존슨 총리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존슨 총리는 2019년 12월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취임했다. 브렉시트를 반드시 완료하겠다는 약속 덕분이다. 하지만 취임 한 달여 만에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 브렉시트 관련 공약이 뒷전으로 밀렸고, 지지율이 급락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도 아니다. 특히 파티게이트 해명 과정에서의 잦은 말바꾸기와 거짓말이 악영향을 끼쳤다. WP는 “세계 지도자들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동정 여론을 일으켰지만, 스캔들 공개 이후엔 수많은 비난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엔 물가까지 천정부지 치솟으며 존슨 총리를 향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의 4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9%로 198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연말에는 10%가 넘을 것이라고 영란은행(BOE)은 전망했다.

올해 2월 무니라 미르자 정책실장, 잭 도일 총리실 커뮤니케이션 국장, 댄 로젠필드 비서실장, 마틴 레이놀즈 수석 비서관 등 존슨 총리의 측근 4명이 무더기 사임한 것도 그의 리더십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존슨 총리가 2024년 예정된 다음 총선까지 계속 집권할 것으로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존슨 총리에게 “분열된 보수당은 당신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그의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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