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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순위 조작해 33억 챙긴 전직 프로게이머

이승현 기자I 2017.09.27 12:00:00

봇 프로그램으로 3년간 키워드 38만회 걸쳐 133만개 조작해
음식점, 병원 등서 돈 받고 포털 검색순위 상위로 끌어올려
6개월 이상 때 '2억'…"검색순위 조작, 기업화·조직화"

(사진=픽사베이)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사람들이 인터넷 포털에 많이 오르는 병원을 주로 찾는 것을 알고 검색순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살펴봤다. 그러던 중 한 대행업체로부터 ‘네이버 검색순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제안서를 받았다. A씨는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서 돈을 지불했다. 그때부터 A씨 병원은 네이버 검색순위 상위에 꾸준히 올랐다.

특정 음식점이나 병원 등이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검색순위 상위에 오르도록 조작해주고 3년간 33억여원을 받아챙긴 기업형 대행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조작대행업체 D사 대표 장모(32)씨와 Z사 대표 이모(34)씨를 구속 기소하고 각 업체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이들 개인과 법인 명의의 재산 전체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2014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음식점과 성형외과·치과, 학원 등 의뢰를 받아 ‘봇(bot)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네이버에 원하는 키워드를 집중 검색하고 대가로 33억 5000만원 가량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프로게이머 출신인 장씨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등으로 돈을 받고 조작활동을 벌이다 다른 프로그래머와 영업직원 등을 추가 영입하며 회사 규모를 키웠다. 이씨가 대표인 제트엔도 사실은 장씨가 사업확대 차원에서 만든 회사다.

장씨 일당은 연면적 330㎡(약 100평) 규모 3층 빌딩에 100여대의 PC와 스마트폰, 인터넷 주소(IP) 조작 프로그램, 봇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검색어 조작과 프로그램 개발, 영업 등 업무를 분담해 실행했다. IP 조작 프로그램은 네이버의 IP 필터링을 회피하는 데 쓰였고 봇 프로그램은 PC와 스마트폰 지정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조회하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3년간 38만회에 걸쳐 총 133만개의 특정 키워드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3층 빌딩은 조작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신축했다.

검색어 조작대행의 계약형태는 기간에 따라 다양했다. 순위조작 1건당 4만원 짜리가 있었고 6개월~1년간 장기계약의 경우 2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과정에 중개업자들이 개입해 장씨 업체와 의뢰 업체들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았다. 장씨의 업체도 일반 가게나 병원 등에 연관검색어 조작 업무제안서를 발송하고 세금신고를 하는 등 공공연하게 사업을 진행했다.

검찰은 포털 검색어 조작대행업체가 적지 않게 활동하고 있으며 ‘의뢰자-중개업자-조작업체’ 등 범죄 생태계도 구축됐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조직적인 검색어 조작대행은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아도 불법이다.

검찰은 장씨 측에 장기적인 조작대행을 의뢰한 업체들도 공범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신봉수 부장검사는 “검색순위 조작이 해프닝성 범죄수준을 넘어 기업화·조직화된 것을 확인한 사례”라며 “방치할 경우 인터넷 포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유사한 기업형 검색어 조작사범들을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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