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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기 위해 2기 아베 정부는 2012년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약 73개월간 진행된 아베노믹스를 추진해왔다. 무제한 양적 완화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정부는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을 사용했다. 그 결과, 달러당 80엔 수준이었던 엔화 가치는 현재 110엔 수준까지 떨어졌고 기업들의 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만엔 이하로 떨어졌던 주가는 물론, 도쿄 등 주요 도시에 한정돼 있지만 부동산 등 자산가치도 상승했다.
그러나 한계 역시 뚜렷하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BOJ)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목표치로 내세운 물가상승률 2% 달성은 요원하다. BOJ는 지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신선제품 등 제외)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2020년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으로 국가 부채는 늘어나고 금융기관의 수익성 약화나 채권시장의 기능 약화 등 금융시장 전반의 체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완전히 극복하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욱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미 장기금리가 0%에 수렴한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정책이 마땅치 않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 기조 확산,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을 일본 경제가 소화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이후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우려가 주가에 선제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지난 18일 민간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ESP전망조사)에 따르면 내년 3분기를 일본경제의 전환기로 본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소니파이낸셜홀딩스의 칸노 마사아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주가 조정에 대해 “일본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