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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버블때랑 닮긴 했는데…" 美 증시랠리 `갸우뚱`

이정훈 기자I 2014.08.26 15:39:59

지수 상승률-IPO 열풍 등 2000년과 매우 유사해
밸류에이션은 낮아.."시장 방향성 논란은 당연"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간밤 뉴욕증시에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뚫으면서 추가 랠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이 지난 2000년 닷컴기업들의 주가에 낀 버블(거품)이 터질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는 우려섞인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은 당시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향후 시장 방향에 대한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 지수 오름폭-IPO 열풍 등 ‘닮은꼴’

일단 이번 상승기에 S&P500지수가 보여준 오름폭이나 시장 랠리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을 잇고 있는 등 닷컴 버블 당시와 현재 시장 상황이 닮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대세 상승이 시작된 지난 2009년 3월 이후 지금까지 S&P500지수의 연율 환산 투자수익률은 평균 24.5% 수준이다. 이는 지난 2000년 3월말에 끝난 닷컴 버블기 당시의 27.1%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최근 5년간 S&P500지수의 상승률은 195%로, 지금부터 14년전 대세 상승기의 236%에 근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체 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바이오테크와 소셜미디어 관련 기업들의 주식 밸류에이션이 과도해 보인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시장 랠리에 따른 IT 기업들의 IPO 열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별다른 수익 모델도 없던 온라인 애완용품업체인 펫츠닷컴(Pets.com)이 IPO에 나서 8250만달러를 끌어 모았지만 얼마뒤 파산으로 내몰렸다.

최근에도 킹디지털 엔터테인먼트와 옐프, 트위터 등이 잇달아 주식을 공모하며 증시에 데뷔한데 이어 미국 증시 사상 최대로 전망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업체 알리바바그룹 홀딩스도 IPO를 앞두고 기대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 “밸류에이션은 낮아”..전망 엇갈려

다만 다른 점은 당시와 지금의 시장 밸류에이션이다. 당시에는 기업들의 연간 이익대비 주가 수준이 30배에 이른 반면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로 이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에드 하이랜드 JP모건체이스 프라이빗뱅크 글로벌 투자 스페셜리스트는 “확실히 현재 주가는 적정가치 범위의 상단 근처에 있다”면서도 “그러나 2000년 닷컴 버블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이 때문에 시장은 좀더 상승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리 보면 당시에는 닷컴 기업들을 중심으로 버블이 커졌던 반면 지금은 시장 전체적으로 대부분 종목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우려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실제 시장 평균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만으로 산정한 S&P500 동일가중지수(Equal Weight index)로는 현재 상승률이 연율 28%로, 닷컴 버블 당시보다 2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또한 2000년 당시 52주 신고가를 찍었던 종목수가 27개에 불과했던 반면 지금은 48개 종목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도 시장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면서도 2000년의 암울한 경험 탓에 신중함도 늦추지 않고 있다. 브래드 맥밀런 컴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 최고경영자(CEO)도 “현 시점에서 시장 방향성에 대해 논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하워드 와드 갬코인베스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이성적이라 국내 경기 회복과 이례적으로 낮은 시장금리, 낮은 인플레이션 등에 따라 반응하고 있다”며 “지금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시장이 더 오르진 않더라도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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