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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뜬다]⑤규제 완화에 부동산 경기 꿈틀

권소현 기자I 2015.09.21 15:25:13
[하노이=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하노이 신시가지에 경남기업이 지은 베트남 최고층인 랜드마크 72 건물. 호텔과 오피스, 상업시설이 입주한 72층의 복합건물 1동과 50층의 아파트 2동(922세대)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2일 주말 오후 부부로 보이는 베트남인 두 명이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와 아파트 매매가를 물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경남기업이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이 일대에서는 유망 투자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중개사는 올 초부터 가격이 오르자 베트남인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 살리기에 부동산이 중요한 것은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작년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이고 2011년까지는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베트남 전체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1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이후 좀처럼 예전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자 정부가 주택법 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에서는 외국인의 주택소유가 제한적이다. 주재원이나 사업가 등 실거주 목적이거나 베트남에서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구매가 가능했다. 수량도 아파트 1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7월 1일 주택법 개정으로 투자목적의 외국인에게도 주택소유를 전면 허용키로 했다. 아직 시행령이 나오지 않아 현재로서는 투자목적의 주택구입이 불가능하지만 조만간 풀릴 것으로 현지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랜드마크72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11년 분양 당시 ㎡당 2800~3000달러였던 분양가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작년 1800~190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2100달러(평당 대략 830만원)선을 회복했다. 1년 새 15% 안팎의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하노이 신도시에 건설한 현대 힐스테이트와 포스코 스플렌도라도 올 들어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법 개정 시행령이 발효되면 바로 구매하겠다면서 투자의사를 타진해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요새는 중국인들도 많이 찾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공실이 거의 없어 임대수익 목적으로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많다는 전언이다.

김경돈 코트라 무역관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율이 높아졌다”며 “4~5년간 중단됐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다시 진행되기 시작해 오피스나 호텔 개발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건설사들도 신도시 아파트를 건설해 적극 분양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가 하노이 신흥 주거지역으로 떠오른 안카인 지역에 베트남 국영건설사인 비나코넥스와 자립형 신도시 스플랜도라를 건설했고 현대건설이 하동지역에 주거복합단지를 조성했다. 대우건설은 서호지역에 스타레이크 시티를 건설 중이고 부영건설은 하동지역에 국제아파트 등을 짓고 있다.

아직 불이 붙은 상황은 아니지만 고급 아파트에 대한 중산층의 선호도가 높은데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앞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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