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임 주석에 럼 공안부 장관…'반부패운동' 주도

박종화 기자I 2024.05.22 15:07:51

전임 주석 낙마 두 달 만에 선출
차기 공산당 서기장 경쟁서도 유리한 고지
40년 외길 공안통…경제문제 해결 능력에 물음표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베트남 신임 국가주석에 또 럼 공안부 장관이 선출됐다. 추후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럼 신임 주석은 베트남의 반부패 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경제 등에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럼 신임 베트남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회는 이날 럼 장관의 차기 국가주석 인준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전임자인 보반 트엉 전 주석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두 달 만이다. 럼 주석은 취임식에서 “당과 국가, 국민이 부여한 모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럼 주석은 1974년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할 이래 40년 넘게 경찰·공안 분야에서만 일해온 ‘공안통’이다. 특히 2016년 공안부 장관을 맡으면서 베트남 정치 1인자인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함께 반부패 운동을 주도했다. 반부패운동 속에 베트남에선 지난해에만 공직자·기업인 459명이 부패 혐의로 처벌받았다. 지난달엔 유령회사를 만들어 304조동(약 17조원)을 횡령한 베트남 최악의 금융 사기범 쯔엉 미 란 반틴팟홀딩스 회장이 사형을 선고 받았다. 럼 주석은 취임 직후에도 “부패와의 싸움을 단호하게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본인은 2021년 영국 런던에서 금박 스테이크를 접대받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비판을 받았다. 공안의 시민운동 탄압에 럼 주석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럼 주석 선출로 베트남의 정치적 혼란이 일시적으로 소강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베트남에선 ‘베트남 정치의 기둥 네 개’(당 서기장·국가주석·총리·국회의장)으로 불리는 최고위직 중 두 자리가 비면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됐다. 올 3월 트엉 전 주석이 낙마한 데 이어 지난달엔 부엉 딘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이 사임했다. 두 사람 모두 친인척·측근이 부패에 연루된 게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국회는 13일 후임 국회의장으로 짠 탄 만국회 부의장을 선출했다.

럼 주석은 베트남 공산당의 차기 서기장으로서도 유리한 고지에 섰다. 올해 80세인 쫑 서기장은 2026년 당 대회에서 퇴진이 확실시된다. 콘라트아데나워재단의 플로리안 페예라벤드는 “주석직에 오르면서 람이 은퇴 대신 더 큰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람 주석이 서기장에 오르기 위한 발판으로 주석직을 활용할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럼 주석이 베트남 국정 전반을 이끌 역량이 있는지 아직 물음표다. 공안 분야에서만 경력을 쌓은 만큼 경제 등 다른 분야엔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최근 베트남 경제는 통화 약세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응우옌 깍 장 싱가포르 유소프이삭 동남아연구소 연구원은 “럼은 공안부 밖에선 다른 직책은 맡은 적이 없다”며 “경제·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능력에 대한 의문을 받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럼 주석이 이끈 반부패 운동 때문에 베트남 공직사회가 ‘복지부동’이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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