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아야 학원 간다? 13살인 우리가 왜 이런 고민을…"

이선영 기자I 2021.12.13 13:52:24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정부가 내년 2월부터 만 12~17세 청소년도 코로나19 방역패스(백신패스)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한 가운데 초등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개인 자유가 아닌 반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 밝힌 A씨는 ‘초등학생인 우리가 청소년 백신패스에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현재 백신패스에 관한 청원이 많이 올라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희와 같은 비교적 어린 나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청원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66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서 ‘소아·청소년 백신패스’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우선 백신 패스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저희들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백신을 맞으셨다. 물론 두 분의 건강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백신을 맞으신 것도 있겠지만 저희 부모님의 경우, 저희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백신을 맞지 않게 하려고 맞으셨다”라며 “어른들이 맞아도 부작용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넘쳐나는데 어린이가 맞는다고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 아침, 친구가 ‘2월부터 백신 맞아야 학원 간다’ 라는 뉴스를 보내주었다. 솔직히 이 뉴스를 보고 정말 황당했다. 저희는 예비 중학생이고 학원을 안 다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친구들이 학원을 다닌다”라며 “그런데 여기서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은 학원을 다니면 안 된다니? 저희가 어려서 그런 것일지는 몰라도 백신을 맞는 건 개인 자유라 말하면서 반강제로 백신접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저희가 학원을 안 다니면 어디서 배우고 어디서 공부를 하겠나? 학교나 집에서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 공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다니는 건데 백신 미접종자는 안 된다며 공부할 길을 막아버리니 억울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청원을 올리는 것”이라며 “13살 밖에 되지 않는 저희가 이런 글을 왜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백신 접종 전 기저질환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 백신으로 죽는 사람도 상당수이고, 무엇보다 저희는 어리기에 대다수의 어른들이 백신접종 후 겪는 오한, 메스꺼움 등이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지 제대로 알 수도 없어 무섭고 두렵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럼에도 정말 청소년 백신 패스 정책을 도입해야할까? 저희는 백신 부작용으로 앓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다”라며 “만약에 이 글을 보신다면 청소년 백신 패스 제도에 반대하는 이 청원에 동의해 주시고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8일에도 서울 양천구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 밝힌 청원인 B씨가 ’백신패스(방역패스) 도입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B씨 역시 A씨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이어갔다. B씨는 “저는 학생이고 한창 학교, 학원에 다닐 나이다. 하지만 이런 백신패스가 도입되면 백신을 맞고 싶지 않은 학생들도 자신의 학업을 위해 맞게 될 수 있다”라며 “백신 패스 도입은 백신을 맞아서 부작용이 생길까봐 무서운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뺏는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B씨는 “백신 안전성을 믿는 사람들 때문에 위드 코로나가 시행 됐는데 결과는 확진자 5000명 도달, 돌파감염, 등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라며 “과연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맞는 걸까? 급식 먹을 때 다 같이 마스크를 벗고 있는 학교는 적용이 안 되고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는 학원에서만 적용이 된다니 정말 놀랍다”라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초등학생 6학년이라는 또 다른 청원인 C씨 역시 같은 날 ‘백신패스를 반대 합니다’라는 청원글을 게재했다.

C씨는 “애초에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며 학생들을 전면 등교시킴에 따라 학생 확진자가 많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반대자에게 백신을 맞히려고 하는 것은 억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백신 패스를 적용하며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백신패스 규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에게 10대 아이가 있었다면, 정부의 선택은 지금 이런 백신 패스로 흐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는 강하게 생각한다”라며 “학생들이 백신을 접종해서 부작용이 생긴다고 해도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또 부작용으로 소중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데 정부가 아무리 책임을 진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 가겠나? 금전적인 도움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본다. 생명과 돈은 다르다”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대구 수성구에 사는 고2 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백신패스(일명 방역패스) 다시 한번 결사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은 최근 30만명 넘는 동의를 얻어 정부 답변기준(2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 학생은 해당 청원에서 “개인적으로 안전성 높고 검증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절대 이 위험한 백신을 고통스럽게 맞을 생각이 1도(전혀) 없다”며 “방역 패스 확대하고 어떻게 해서든 접종을 강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이 민주당 정권에 참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청장은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현재 청소년들이 맞고 있는 화이자 백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청소년 접종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받았다”면서 “혹여나 아이가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고통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더 안심하고 접종하실 수 있도록 점검하고 또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학교·학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사례가 급격히 늘자, 방역패스 예외범위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8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부터는 2003~2009년생 청소년이 학원·도서관·독서실 등을 방문할 때 백신 접종증명이나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일부 학부모와 학생의 반발에도 청소년 방역패스를 계획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본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각계의 현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보완하거나 추가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교육부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2주간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백신접종에 나선다. 현재까지 청소년 접종 대상자 가운데 2차 접종까지 마친 완료자는 102만9602명(37.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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