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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 "5년 내 '기후변화 마지노선' 1.5℃ 무너진다"

박종화 기자I 2023.05.18 15:38:38

"기상관측 이래 최악 더위 덮칠 가능성 98%"
온실가스·슈퍼엘니뇨 겹치며 온난화 가속화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세계기상기구(WMO)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전보다 1.5℃ 이상 오르지 않게 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기후 변화 마지노선’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WMO는 앞으로 5년 안에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더위가 닥쳐올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15일(현지시간) 인도 우타프라데쉬 알라하바드의 기온이 40℃를 넘어선 가운데 한 주민이 물을 맞으며 더위를 달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WMO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2023~2027년) 내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전보다 1.5℃ 이상 올라갈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전보다 1.5℃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결의했는데 8년 만에 그 목표가 무너질 상황에 몰린 셈이다. 이렇게 되면 기후 변화가 더 빨라져 폭염과 가뭄, 홍수, 전염병 등이 발생할 위험도 지금보다 커지게 된다.

WMO는 “온실가스와 자연적인 엘니뇨 현상(적도 인근 중·동부 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인해 앞으로 5년간 지구 기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경고했다. WMO 연구진은 5년 내에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더위가 발생할 확률을 9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인류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운 해는 지금까진 2016년이었다. 당시 전 세계 온도는 평균 14.94℃까지 올랐고 한국도 7~8월 40℃에 가까운 더위에 시달렸다. WMO의 관측대로라면 지구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전 세계 곳곳에선 벌써 때아닌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라오스·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에선 지난주부터 한낮 온도가 40℃를 웃돌고 있다. 캐나다 서부에선 이상 고온으로 인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올해 예년보다 더위가 이르게 찾아온 건 WMO의 분석처럼 온난화와 엘니뇨가 겹쳤기 때문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남아시아나 호주 등지에선 폭염과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남미나 서아프리카에선 홍수 위험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올해는 중·동부 태평양 수온이 1.5℃ 이상 크게 상승, 그 영향력이 더 강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지구 온도를 끌어올리는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와 결합해 지구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며 “이는 보건과 식량 안보, 수자원 관리와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다.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엘니뇨는 2~5년마다 상대적으로 낮았던 열대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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