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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고용보험기금…부정수급 400억 육박

박철근 기자I 2018.04.03 12:00:00

실업급여·능력개발지원금 등 8조 돌파…4년새 48.9%↑
고용보험 부정수급적발 2013년 160억→2017년 389억
실업급여 비중 가장 커…지난해 부정수급 적발만 318억
고용부, 고용보험 부정수급 전담 특사경 도입
행정처벌 및 형사처벌 가능…위법행위 유인 감소 기대

서울 북부고용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교육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서울의 한 건설사에 건설현장 관리자로 재직중이던 A씨는 평소 알고 지낸 지인 B씨 등 12명과 현장근로자의 친인척 등 9명을 자신이 관리하는 건설현장에서 건설일용근로자로 일한 것처럼 허위신고를 했다. 고용노동부는 A씨가 이들에게 지급한 인건비를 자신의 계좌나 현장 근로자의 계좌로 다시 송금토록 하고 실업급여 수급요건(180일 이상 고용보험 가입)을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신청해 지급받도록 한 사실을 적발했다.

B평생교육원은 137개 사업장과 훈련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소속 직원들 동원해 온라인 강의를 대리수강하는 방법으로 훈련과정을 허위 운영했다. 고용부는 유관기관 합동점검과정에서 B평생교육원이 직업능력개발 지원금을 허위로 수령한 사실을 적발하고 부정수급액의 2배인 24억원을 징수하고 해당 교육원 대표를 구속했다.

실업자의 생활지원을 위한 실업급여와 고용안정, 육아휴직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할 고용보험기금이 줄줄 새고 있다. 지난해 부정수급으로 적발해 회수한 금액만 400억원에 육박했다. 특히 올들어 실업급여 지급액이 인상됨에 따라 부정수급 규모 또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용부는 부정수급 규모가 크게 늘자 전담인력을 꾸려 대응키로 했다.

◇고용보험 지원금 작년 8.1조 4년새 48.9%↑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하는 실업급여·능력개발·고용안정·모성보호 등의 지원금은 지난 2013년 5조4442억원에서 2017년 8조1094억원으로 48.9%(2조6652억원) 늘어났다.

고용보험 지원금이 늘면서 부정수급 사례도 함께 늘었다. 같은 기간 고용보험 부정수급 적발규모(금액기준)는 160억7000만원에서 389억77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적발건수도 2만4000건에서 3만5400건으로 47.5%(1만1400건) 증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고용보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업급여에서 새 나가는 돈이 가장 많다. 실업급여 부정수급 적발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300억원을 돌파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2013년 3조8835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5조2425억원으로 34.4%(1조3390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실업급여 부정수급규모는 117억원(2만1700건)에서 318억원(3만3700건)으로 171%(201억원)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부정수급 차단 ‘고용보험수사관제’ 신설

고용부는 이달부터 각종 고용보험 부정수급의 수사를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인 ‘고용보험수사관’ 제도를 신설·운영한다. 4~9급 공무원 270명으로 이뤄진 고용보험수사관은 근로감독관·산업안전감독관에 이은 고용부 내의 세번째 특사경이다.

고용부는 고용보험수사관 제도 신설에 따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 광역지방노동청에는 해당 업무를 전담할 부정수급조사과를 신설한다. 그 외 지방고용노동청에는 고용관리과나 기업관리과 등에서 고용보험 부정수급 사례를 전담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부정수급과 관련한 조사업무(행정처분)만 수행한 뒤 경찰에 형사고발을 의뢰하는 일까지만 했다”며 “지난해 말 국회에서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하면서 자체 수사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고용보험 부정수급 가운데 실업급여 부정수급 적발 및 방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지난 1995년 처음 도입한 실업급여는 1일 상한액이 3만5000원이었지만 올해부터는 1일 최대 6만원까지 지급한다. 한 달에 최대 180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무자격자들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다양한 편법과 불법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고용보험 수사관제도 도입 및 전담조직 구성 등으로 수사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부정수급 사전 예방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 부정수급에 대한 수사권을 확보해 체포나 압수수색 등 부정행위 의심자에 대한 강제수사가 가능해 부정수급 적발률 향상 및 처벌이 쉬워질 것”이라며 “부정수급자도 금전적 불이익 중시의 행정처벌에 더해 형사처벌 가능성도 높아진 탓에 심리적 부담이 커 위법행위 유인을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수사관 270명만으론 새나가는 돈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담인력을 새로 충원한 것이 아니라 기존 직원들을 교육해 해당 업무를 맡기면서 배정 인원이 필요 인력을 크게 밑돈 탓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이전이어서 이뤄지지 않았다”며 “고용보험 수사관 규모가 400명 이상은 돼야 부정수급 예방 및 적발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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