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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아무런 이해와 공부 없이 급하게 규제부터 만들려는 부처·기관을 강력히 규탄하는 동시에, 최소한 1년이라도 규제 증거와 논리를 확보하는 데 학계와 정부, 업계가 힘을 모아보자고 제안했다.
◇자율규제부터 해본 뒤 사전규제로 가야
30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도대체 이 시점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슈 토론회에 플랫폼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들로 꼽히는 학계 교수들이 모여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사회로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가 참석했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25일 과방위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이 각각 상정됐지만, 잇따라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논의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고, 보류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학계 전문가들은 ‘왜 이 시점에서 온플법이 급하게 추진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성철 교수는 “최근 플랫폼 규제 관련한 국제 세미나에 한국을 대표해 참가했는데 미국과 EU, 일본 모두 한국이 왜 이렇게 급진적으로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의문을 보내왔다”며 “다른 국가는 논의 초기 단계인데 우리만 왜 면밀한 조사를 통해 규제 근거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른 채 실행단계로 가는지 대답하기가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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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교수는 “학자로서 아직 연구 중인 단계에서 법이 통과된다고 하니, 우리의 모든 연구가 멈추게 되는 현실이다. 최소 1~2년이라도 법안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법을 결정할 때가 아닌 공부해야 될 때”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증거와 논리를 확보하는 데 학계가 노력할 테니 정부와 업계가 도와달라. 정리된 논문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친 이후 대안을 찾아보자”고 주장했다.
류민호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 모두 업력이 짧다 보니 사업을 하면서 쉽게 놓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그렇다고 정부 기관이 사전규제부터 만들기 보단, 놓치지 말아야 부분에 대한 방향성을 짚어주고, 가이드해주는 역할부터 해야 한다. 자율규제부터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조사와 근거가 나오고 나면, 공동규제와 사후규제, 사전규제 순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플랫폼 규제 효용보다 기회 상실 부작용 더 커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기관들의 무한 경쟁이 심화되는 흐름이 국회에 2개 온플법이 상정된 현실로 이어졌다고 봤다.
이성엽 교수는 “융합시대가 되면서 규제기관이 서로 조금씩 관여할 수 있게 되자 경쟁이 더욱 확대됐다. 예산을 확대하고 자신들의 규제 폭을 넓혀야 하는 경쟁이 입법을 가중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안은 규제를 받는 자에 대한 고려는 없고, 규제를 하려는 자에 대한 고려만 담겨 있다. 이 규제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미래가치에 대한 고민은 적고, 규제기관들의 이해관계가 더 우선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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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실제 법안이 통과됐을 경우 실효성에 대해서도 지적이 잇따랐다.
권남훈 교수는 “온플법은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대규모 유통업법을 그대로 플랫폼으로 대입해 만든 기준”이라며 “달라진 환경과 산업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규제를 그대로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이성엽 교수는 “사업자가 제공해야 하는 데이터의 범위와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검색노출 기준 역시 영업기밀 측면에서 공개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유병준 교수는 “약관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하라는 것도 문제다. 약관 내용이 그대로 실행되는 것이 아닌데, 약관만 보고 과징금을 내려봤자 기껏해야 50억원 수준일 것”이라며 “유럽에서는 구글의 광고 어뷰징을 수년에 걸쳐 실증조사해 조단위 과징금을 부과했다. 실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그에 상응하는 규제가 이어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