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펀드에 팔린 홈플러스..韓 대형마트 업계 지각변동 불가피

민재용 기자I 2015.09.07 16:08:32

MBK, 투자 여부에 따라 홈플러스 영업력 결정
분할 매각 시도시 홈플러스 위상 크게 떨어져
테스코 떠나면서 韓 대형마트 시장 외국계 무덤으로

홈플러스 전경.(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의 주인이 영국계 유통업체 테스코에서 사모투자펀드인 MBK로 바뀌었다. MBK가 홈플러스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챙기려는 펀드인만큼 홈플러스의 영업 전략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MBK가 홈플러스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재매각에만 신경 쓸 경우 업계 2위 자리 수성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거론되는 홈플러스 분할 매각이 시도될 경우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주도하는 양강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사모펀드 MBK, 홈플러스에 투자 할까?

홈플러스의 영업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MBK가 매매 차익을 노리는 사모투자펀드라는 사실에서 나왔다. 사모투자펀드는 회사를 사들인 후 이보다 더 비싸게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들인 기업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는다.

IB업계 관계자는 “추가 투자를 하는 만큼 재매각 대금은 높아지기 때문에 펀드들은 사들인 기업에 투자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며 “특히 홈플러스처럼 덩치가 큰 매물일 경우 이미 인수대금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경우 홈플러스의 영업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 대주주인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시도하면서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아 홈플러스는 최근 2년 간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어갔다.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신규 상품개발, 새로운 매장 발굴 등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한 것과 대비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각설이 도는 지난 2년 동안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을 시행한 적이 없다”며 “올 초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주도했던 신선식품 할인 정책도 테스코의 매각 시도에 결국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이미 홈플러스에서 많은 사람이 나오고 있다”며 “MBK가 홈플러스에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홈플러스의 위상 추락은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MBK가 홈플러스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MBK가 향후 홈플러스를 재매각 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2위 업체라는 위상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MBK도 홈플러스 인수 사실을 공표하며 향후 2년 동안 1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황 자체가 불황인데다 1조원의 자금을 투자할 경우 MBK가 최소 홈플러스를 8조원 이상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 집행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가치를 지키기 위해 MBK가 투자를 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전사적으로 나서는 신세계·롯데와 비교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투자를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계 유통회사 무덤 된 韓 시장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하면서 국내 대형마트 시장에 진출했던 대형 외국계 유통업체들은 모두 한국을 떠나게 됐다. 지난 2006년 프랑스계 까르푸가 한국을 떠난 데 이어 월마트도 이마트에 매장을 팔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테스코가 한국 시장에 첫발을 디딘 것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9년이었다. 테스코는 당시 점포 2개로 대형마트 업계 12위였던 홈플러스를 3년 반 만에 업계 2위로 성장시키며 한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가 보유한 해외 법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테스코의 알짜 사업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장기간 불황과 본사의 영업부진은 결국 테스코가 한국에서 떠냐야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테스코는 지난해 64억 파운드(약 1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내며 100년만의 최악의 실적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스코가 대규모 회계 부정을 일으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하며 한국을 떠났지만 기존 까르푸, 월마트와 다르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까르푸와 월마트는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며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지만 테스코는 영국 선진 유통 시스템을 국내 환경과 접목해 우리나라 유통 산업을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하지만 국내 유통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홈플러스가 한국 시장을 예전과 같이 보지 않고 투자를 등한시 해 시장의 주도권을 잃게 됐다는 분석도 엄연히 존재한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테스코 본사 사정이 어려워 홈플러스 매각을 시도한 것은 맞지만 2~3년 전부터 테스코의 대 한국 투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국내 시장이 꾸준히 성장했다면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