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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전쟁`한다던 中정부, 기업 가격인상 억제 포기?

박기용 기자I 2011.05.30 17:42:48

NDRC "단순 가격인상은 처벌 안 해"
"인상예고는 일종의 담합이라 처벌"

[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인플레이션 억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정부가 모든 가격인상을 막을 수 없다는 식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물가감시국이 세계 2위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에 대해 단지 생필품 가격을 올린다는 이유로 처벌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

FT에 따르면 이번주 중국 관영 언론은 유니레버가 일부 유통점에 바디케어 등 미용제품의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유니레버측은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해당 유통점인 까르푸는 이를 바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리칭 물가감시 부국장은 그러나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유니레버가 단지 가격 인상 때문에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달 초 유니레버가 가격 인상을 예고해 물가상승을 촉발했다며 200만위안(3억3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과 상반되는 태도다.

그는 "유니레버 같은 회사들은 가격을 올릴 지 말 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면서 "이를 간섭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FT는 그의 발언이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 가격 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외국 소비재 제조업체들의 공포를 달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 부국장은 이달 초 유니레버에 부과한 벌금의 경우 "회사 대변인이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자재 비용이 올라 세제와 비누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밝힌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물가상승 기대감을 촉발시켰으며,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것.

그는 "가격 인상에 대한 암시를 주는 것은 다른 제조업체들의 동조를 의도한 미묘한 형태의 담합"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가격 인상 행위와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구분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상하이 소비자 컨설팅업체인 액세스아시아의 매튜 크랩은 "유니레버는 주로 대중시장을 상대로 하며 대중시장은 이윤 폭이 좁은 편"이라며 "때문에 모든 생산비용과 유통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비용압박을 견디기 위해 일부 소비재 제조업체들은 포장 크기를 줄이는 등 변칙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중국 코카콜라는 최근 병 크기를 600밀리리터(ml)에서 500ml로 줄였다.

이처럼 산업계와 유통점 등에 소비재 가격을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정부 압력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5%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한 해 전보다 5.3% 올랐다.

상하이 중국시장연구회의 숀 레인은 "중국 정부가 영원히 가격을 묶어둘 수 없으며, 특정 시점엔 기업이 제품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 중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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