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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벤츠'에 숨진 노동자 유족 "수의도 못 입혀드려"...靑청원

박지혜 기자I 2021.05.31 15:11:5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만취 운전자가 몰던 벤츠 승용차에 목숨을 잃은 60대 노동자의 유족이 31일 “더이상 허망한 죽음이 줄어들길 바란다”며 제대로 된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뚝섬역 새벽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킨 30대 만취 벤츠녀 피해자 유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번 5월 24일 새벽 성수사거리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킨 30대 만취 벤츠녀 피해자 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저의 아버지는 24일 새벽 야간근무를 하던 중 음주운전 사고로 응급실조차 가보지 못하시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셨다”고 했다.

그는 “저의 아버지는 현재 61세로, 운영했던 가구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공장을 정리 후 자신의 적성을 살려 건설 쪽 업무를 하시고 싶어 하셨다”며 “본인이 대표 자리에서 일용직 근로자가 되어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지만 가장이기에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몫을 다 하고 싶어 하시던 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2021년 5월 24일 아버지는 그날도 여느 날과 같이 야간근무를 하셨고 늘 새벽 4시 전, 후로 집에 돌아오셨던 아버지는 5시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으셨다”며 “그 시간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고 저는 30대 만취 벤츠녀의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 권모 씨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원인은 “가해자는 면허 취소 수준인 알코올 농도 0.08% 이상인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한 가정의 기둥과 같은 가장인 저의 아버지를 다시는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사고로 인해 아버지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얼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으며 “마지막 수의마저 입혀 드리지 못한 채 보내드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아버지를 납골당에 모셔 드리고 오면서 사고 현장을 돌아보았다”며 “아버지가 얼마나 처참하게 돌아가셨을지 주변에 흔적들이 남아 있는 걸 보며 그 자리에서 얼마나 주저앉아 울고 돌아왔는지 모른다”고 썼다.

청원인은 끝으로 “저희 가족에게는 가장인 남편이, 아버지가 없어지며 한 가족의 울타리가 무너진 지금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을 어떤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라며 “저는 이 청원 글을 올리면서 부디 음주운전으로 인해 저희와 같이 한순간에 가족을 잃는 사고가 줄어 들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의조차 제대로 입혀 보내드리지 못할 만큼 처참하게 돌아가신 저의 아버지의 죽음이 제대로 된 처벌로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청원 동의에 대한 도움을 간절히 구한다”고 호소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이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1107명의 동의를 얻어, 100명 이상 사전 동의 기준을 충족해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 25일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도로 공사 현장을 덮쳐 60대 노동자를 숨지게 한 운전자가 구속됐다.

서울동부지법 심태규 영장전담판사는 음주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위반, 위험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모(30) 씨에 대해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씨는 24일 새벽 2시쯤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상태로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다 서울 지하철 뚝섬역 인근 지하철 방음벽 철거 공사 현장을 덮쳐 60살 노동자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 30m 앞에서 신호수가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권 씨는 이를 무시하고 지나쳐 양 씨를 그대로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 당시 권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8%로, 면허취소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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