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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삼성SDS '선임사외이사제' 도입…JY式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 강화

이준기 기자I 2023.10.26 12:35:22

각각 권오경 사외이사·신현한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로 선임
대표·의장 겸임의 장점 극대화·단점 상쇄…美기업들도 속속 도입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습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0년 5월 대국민 입장문)

삼성SDI와 삼성SDS가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적절한 균형·견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평소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자산운용·삼성물산에 이어 주요 10개사가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재편되게 됐다.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 등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지 않은 다른 계열사에도 이 제도를 순차 도입, 앞으로 ‘사외이사 의장’·‘선임사외이사’ 등 2개의 ‘표준 모델’ 중 하나는 충족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재계 스탠다드’ 역할을 담당하는 삼성이 이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추후 국내 기업들에 새 기준이자 모범사례로 작용할 공산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삼성전자
26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SDI·삼성SDS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인 권오경 사외이사·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인 신현한 사외이사를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의했다. 두 선임사외이사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이번 제도 도입은 거버넌스 체제를 재편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결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 상법상 비(非)금융권 기업에는 의무화돼 있진 않지만, 삼성은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자 선제로 이 제도를 채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경우 경영 감독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도 있다. 이번 선임사외이사 제도의 도입은 단점은 상쇄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재계 안팎에서 이 제도 도입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더 많은 이유다. 다른 관계자는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 소집·회의 주재의 권한이 있고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며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사외이사들은 경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별도의 사외이사 모임을 수시로 개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선임사외이사였던 아서 레빈슨 칼리코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에 올라 2011년 팀 쿡의 CEO 선임 과정을 주도한 바 있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나이키의 선임사외이사 겸 보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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