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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시행…유급·졸업유예 도입, 재수강은 불가

신하영 기자I 2021.02.17 11:10:00

교육부, 2025년 전면 도입 고교학점제 종합계획 발표
진로 따라 듣는 선택과목에 절대평가…A·B학점 표기
대입 영향 주는 국·영·수 등 공통과목 석차등급 병기
성취도 40% 미달하면 ‘미 이수’…누적 시 유급·유예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오는 2025년 전체 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골격이 나왔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선택 과목을 이수할 수 있지만, 최소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미 이수’를 각오해야 한다. 이수하지 못한 과목이 쌓이면 유급이나 졸업유예도 가능하다. 반면 대학처럼 재수강을 통해 학점을 높이는 방식이나 조기졸업제 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19년 4월 경기 수원시 고색고등학교에서 열린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 공감 콘서트’에 참석해 ‘고교학점제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17일 발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점제에서 학생은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학교 유형에 따라 교육과정이 달랐지만 앞으로는 일반고에서도 학생이 원할 경우 특목고 수준의 심화·전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듣고 취득 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국어·수학·영어 등 공통과목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지만, 선택과목은 학생이 원하는 대로 이수할 수 있다. 예컨대 국어교사가 꿈인 학생이 있다면 2~3학년에 걸쳐 △언어와 매체 △심화국어 △고전읽기 △현대문학감상 등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모든 선택과목에 절대평가 학점제 도입

다만 평가방식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는 수업일수의 3분의 2 이상만 출석하면 진급과 졸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학점제에서는 학업성취도 40% 이상을 충족해야 과목 이수가 가능하다.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기준은 △성취도 90% 이상 A학점 △80% 이상~90% 미만 B학점 △70% 이상~80% 미만 C학점 △60% 이상~70% 미만 D학점 △40% 이상~60% 미만 E학점이다. 특히 40% 미만인 학생은 ‘미 이수’를 받도록 했다. 예컨대 지필고사 기준으로 40점미만의 성적을 받으면 해당 과목을 이수하지 못하게 된다. 미 이수 과목이 누적되면 유급되거나 졸업유예도 가능하다.

대학에서는 학점을 낮게 받았을 때 재수강을 통해 이를 높일 수 있지만, 고교에서는 이런 재수강이 불가능하다. 교육부는 미 이수 학생이 최소화되도록 보충수업을 받으면 과목 이수가 가능토록 했다. 보충수업은 개별 학교에서도 가능하지만 교육청이 지원하는 공동 교육과정이나 온라인 과정을 통해서도 이수가 가능하다.

보충수업을 통해 미 이수 과목을 재수강한 경우에는 E학점까지만 받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미 이수가 발생한 경우 보충이수를 통해 학점을 취득하도록 할 것”이라며 “대학처럼 미 이수 과목을 다음 학기·학년에 재수강하는 방식은 현재 여건에선 어려우며 이를 장기 과제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고교학점제 하에서의 성취평가(자료: 교육부)


국·영·수 등 공통과목엔 석차등급 기재

고교학점제가 안착하기 위해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 상대평가제 하에선 난이도·수강인원의 변동에 따라 학점의 유불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예상학점이 높은 과목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 교육부는 이런 이유로 2025학년도 고1부터 모든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석차등급제에선 수강 인원의 변동에 따라 내신등급의 유불리가 발생한다”며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이라도 수강인원이 적은 경우 수강을 기피하는 등 학생 선택이 왜곡된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입에 영향을 주는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 등 공통과목에선 학점과 석차등급(1~9등급)을 병기토록 했다. 선택과목의 경우 과목 선택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지만 공통과목은 그렇지 않아서다.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공통과목에선 석차등급을 병기해도 특정 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돼야 진로·적성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다. 교육부는 단위 학교가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은 학교 간 연합으로 공동 개설하거나 지역 내 대학·연구기관의 도움을 받아 관련 수업을 개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온라인 수업의 활용도 가능하다. 예컨대 같은 지역 내 고등학교가 대학과 연계,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등의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현직·예비교사 부전공 독려…외부 전문가도 수혈

현직교사나 예비교사의 복수전공·부전공 취득을 독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 과목만 가르칠 수 있는 교사보다는 2개 이상 과목의 교육이 가능한 교사를 양성하겠다는 것.

교육부는 현직교사의 경우 연수기관에서 30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부전공 자격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교원자격검정령에 따라 지금도 현직 교사가 부전공 자격을 취득할 수 있지만 총 38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가능하다. 교육부는 이를 ‘30학점 이상’으로 완화해 교사들이 다양한 부전공을 갖출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교과 순회교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전문·심화과목을 듣고 싶어도 해당 학교에 담당교사가 없을 수 있다. 이럴 경우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 순회교사를 두고 여러 학교를 돌며 강의를 진행토록 한 것. 교육부는 개설 과목 증가와 미 이수 학생 지도 등을 감안한 새로운 교원 수급기준을 내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전문성의 가진 외부 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직 교사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과목이나 교사 확보가 어려운 농어촌 학교에서 한시적으로 전문가를 특정교과 담당교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드론 조정이나 게임엔진, 빅 데이터 분석 등은 현직 교사들이 가르치기 어렵기에 이 분야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고1 학생들에게는 한 학기 진로·적성 탐색기간(진로집중학기제)이 주어질 예정이다. 고교 수업의 운영 기준은 종전의 ‘단위’ 개념에서 ‘학점’ 기준으로 바뀐다. 현행 1단위에 해당하는 ‘50분 기준 17회 수업’은 16회로 줄어들며 졸업 이수학점은 192학점으로 조정된다. 유은혜 부총리는 “고교학점제는 산업사회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체제의 대전환”이라며 “이러한 교육개혁을 위해 2022 교육과정 개정, 미래형 대입, 고교체제 개편 등을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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