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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물결' 영국, 공공부문 임금 인상률 3.5→5% 상향 검토

박종화 기자I 2023.02.22 15:12:35

교사·간호사 등 줄파업에 지난해 근로일수 240만일 손실
에너지값 하락에 공공 부채 줄어…임금 인상 재원 숨통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공공 부문 파업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 정부가 공공 노동자 임금 인상률을 당초 제시했던 것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예상보다 공공 부채가 줄어들면서 협상 여지가 트였다.
이달 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교원노조 시위.(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재무부 내부 메모를 입수해 영국 정부가 군인과 경찰, 교사 등 공공 부문 노동자의 2023~2024년 임금을 최대 5%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영국 정부는 공공 부문 노동자 임금을 3.5%까지만 올려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영국 정부는 노동자를 달래기 위해 회계연도 시작(4월 1일) 전인 1~3월 급여도 소급해 인상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국은 공공 부문 파업 확산에 시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임금 인상 압력이 최근 인플레이션 심화로 폭발했기 때문이다. 공공 노동자들은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인플레이션을 5.5%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 요구에 영국 정부는 난색을 드러냈다. 급격한 임금 인상이 재정난을 악화하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에서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서 “임금을 많이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올해 인플레이션을 절반으로 낮추기 위한 계획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교사와 간호사, 철도 노동자 등 공공 노동자들은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왔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파업으로 인한 근로 손실 일수는 240만일로 1989년 이후 최대치다.

영국 정부 기류가 바뀐 건 공공 부채가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덜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지난해 11월 영국 예산책임국은 작년 4월~올 1월 공공 부채가 1475억파운드(약 23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1169억파운드(약 184조원)으로 306억파운드 줄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보조금 지출 등이 줄었기 때문이다. 임금 인상률을 3.5%에서 5%로 높이는 데 따른 추가 재원은 연간 37억파운드(약 5조8417억원)로 추산되는데 이를 위한 여유가 생긴 셈이다.

정부가 양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조도 한발 물러섰다. 간호사 노조 역할을 하는 왕립간호사협회는 정부와 협상을 위해 다음 주 예정됐던 48시간 파업을 일시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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