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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외→아프간 개인 송금 허용…웨스턴유니온·머니그램 서비스 재개

방성훈 기자I 2021.09.03 17:08:16

아프간인 상당수가 해외 가족 송금으로 생계 꾸려
'치료 못받고 굶고 있는 가족' 등 외신보도 잇따르자
美, 인도적 차원에서 해외 근로자들 '송금 길' 열어줘
3일 송금서비스 재개…아프간→해외는 지속 중단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재무부가 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개인 송금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아프간 해외 근로자들이 본국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도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중순 탈레반으로 달러가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미국 내 아프간 계좌를 포함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아프간 해외 자산을 동결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아프간에 예정돼 있던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했고, 세계은행도 아프간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었다.

아프간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머니그램과 웨스턴유니온마저 제재 위반을 우려해 송금 서비스를 중단하자 해외에서 근무하는 아프간인들은 자국에 돈을 보낼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됐다. 이후 아프간 화폐 가치는 폭락했고 아프간 국민들은 물가급등, 에너지난, 식료품 부족 등의 고통에 시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아프간 해외 근로자들이 본국에 돈을 송환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수많은 아프간인들이 해외에서 일하는 가족의 재정적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다양한 사연들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WB) 집계 결과 아프간 해외 근로자가 자국으로 보낸 송금액은 지난해 약 7억 8900만달러(약 9144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4%를 웃돈다. 사실상 아프간인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무스타파 바라크자이는 “매 식사 때마다 아프간에 있는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 생각이 난다. 매달 웨스턴유니온으로 보내주는 돈이 끊기면 그들은 식량이 바닥난다. (아프간) 집에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있는) 9명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라며 울음을 삼켰다.

미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사라 알레미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조카 가족들에게 1000달러를 보내려고 웨스턴유니온과 머니그램 모두 시도해 봤지만 보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모는 인슐린이 부족하다. 인간으로 돕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많은 해외 거주자들이 타국 상인 등을 통해 국경을 넘어 돈을 전달해주거나 반대로 가족들이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바라크자이는 “어머니와 친척들이 나라를 떠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귀중품이나 보석 등을 팔아 연명하는 것에 대해 어머니와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처럼 외신들을 통해 아프간에 남아 고통받는 가족들의 소식들이 전해지자, 미 재무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해외 아프간 근로자의 송금에 대해선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재무부가 금융기관들에 이러한 방침을 전한 뒤 머니그램과 웨스턴유니온은 이날 아프간으로의 송급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웨스턴유니온은 3일부터 17일까지 무료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프간에서 국외로 향하는 아웃바운드 송금 서비스는 웨스턴유니온과 머니그램 모두 계속 중단할 방침이다.

웨스턴유니온의 장 클로드 파라 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 대표는 “아프간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진하겠다는 미국의 방침이 서비스 재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우리의 아프간 관련 사업 대부분이 저소득 가정 또는 아프간인들이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지원하기 위한 송금과 관련돼 있다”며 사업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아프간인들이 해외 거주 가족으로부터 송금을 받더라도 자동화기기(ATM)나 창구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웨스턴유니온과 머니그램 양사 모두 아프간 내 파트너 은행들이 송금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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