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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만, 분단 65년만에 첫 장관회담..정상회담 이뤄지나

김경민 기자I 2014.02.11 16:06:54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중국과 대만이 분단 이후 65년만에 처음으로 장관급 회담을 연다. 최근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간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으로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외에 과시하는 기회로, 대만은 양안 정상회담 가능성을 물밑 타진하는 계기로 이번 회담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장관급 회담 65년만에 열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즈쥔(張志軍) 주임과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왕위치(王郁琦) 주임위원은 11일(현지시간) 중국 장쑤 성 난징시 자금산장호텔에서 양안 장관급 회담을 열었다. 양안 정부 장관급 인사가 공식 회담석에 마주앉는 것은 중국과 대만이 1949년 국공(國共) 내전으로 분단된 이후 65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과 대만은 ‘당(黨) 대 당’ 교류를 하거나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협상 창구 기능을 해 왔다.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처음 회담을 연 것은 지난 1993년이며 이들 기구를 통해 지금까지 총 9차례 양안 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논의 대상은 경제 협력과 민간 교류에 제한됐다.

이번 장관급 회담으로 대화 범위가 정치 분야로 확대될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안 대표기구 성격의 사무소 설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지역 경제공동체 공동 참여 △양안 정부기구 간 상시 대화채널 구축 △언론 매체 상호 상주 허용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왕위치 주임은 대만 출국에 앞서 가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본토와 이해관계를 개선하고 서로 견해를 교환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어렵게 마련한 기회인 만큼 좋은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상회담 카드 ‘만지작’

이번 회담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 간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지도 관심사다.

표면적으로는 양안 정상회담에 더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만이다.

마 총통은 오는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싶다”며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마 총통이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지방 동시선거와 2016년 대선 등 대만 내 정치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9%까지 추락한 낮은 지지도를 기록하는 마 총통으로선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도 친(親)중국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마 총통 임기 중에 양안 관계의 ‘극적 진전’을 이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이 중화민국(대만의 공식 국호) 총통 신분으로 회담을 희망하는 데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 형식이 아니면 수용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 민간분야 이미 ‘차이완 시대’

양안은 민감한 정치 이슈를 제외하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밀월기에 접어들었다.

과거 미사일을 서로 겨누며 군사적 긴장관계를 연출했던 양안이 이런 현상 변화를 보이는 데는 2008년 친중국 성향 마잉주 대만 총통 취임이 계기가 됐다.

마 총통은 취임 이후 전면적인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신(通信) 교류의 ‘대삼통’(大三通) 시대를 열었다.

2010년에는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 양안 경제교류 시대를 가속화했다. 대만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만인 기업가만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을 아우르는 공동시장 개념의 ‘차이완(Chiwan)’ 시대가 이미 성큼 눈앞에 와 있는 셈이다.

민간 교류 부문에서도 지난해 한 해 동안 285만 명의 중국인이 대만을 다녀갔다.

양안이 최근 수 년 사이 화해 분위기로 전환된 것은 중국의 전략 변화도 한몫했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로 정치를 제압하고’(以經制政), ‘먼저 양보하고 뒤에 요구하는’(先讓後要) 대(對) 대만 정책을 써 왔다. 경제적으로 대만을 포위함으로써 ‘하나의 중국’을 실현하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시진핑(習近平)도 이 같은 정책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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