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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문화키워드①] 한국문화 '봉' 잡았다

양승준 기자I 2013.10.07 15:07:30

- 문화인사 60인 설문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파워인물·히트메이커로 선정
친숙함과 기발함 조화 일품
할리우드 배우도 출연 자청

봉준호 영화감독(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2013 문화계 화두는 ‘봉테일’였다. 봉준호(44) 감독이 ‘문화계 최고의 파워인물’과 ‘히트메이커’로 꼽혔다. 올해를 빛낸 콘텐츠도 봉준호의 손에서 나왔다. 영화 ‘설국열차’가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등을 제치고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지목됐다.

이데일리가 재창간 1주년을 맞아 ‘문화인에 물었다 2013 문화계는’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박인배 세종문화회관 사장, 서경덕 한국홍보전문가, 장경익 뉴영화사업부 대표 등 제작자와 예술기관 대표, 교수 등 문화계 유명인사 60명이 참여했다. 이번 조사는 바로 지금에 놓여 있는 문화계 좌표를 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크게 인물과 콘텐츠로 나눴다. 2013년 문화계 파워인물과 히트메이커, 최고의 문화상품과 콘서트·뮤지컬·영화·출판·미술·방송·가요 등 7개 부문별 문화상품, 또 문화계 이슈와 전망 등에 대해 묻고 답했다.

봉준호는 20표(이하 복수응답·33%)를 얻어 문화계 파워인물 1위에 올랐다. 문화인들은 그를 가수 싸이(16표·27%),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상 15표·25%), 조용필(14표·23%)보다 문화계 리더로 먼저 꼽았다. 지난해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한국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올해는 봉준호가 국제적 프로젝트인 ‘설국열차’로 힘을 더했다는 평이다.

봉준호는 이제 세계의 브랜드가 됐다. “‘설국열차’에 출연한 이유? 바로 봉준호니까.” 1991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 틸다 스원턴이 한 말이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아우른다고도 한다.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에 이어 ‘설국열차’로 이를 입증했다. 때문에 할리우드 스타들도 봉준호를 먼저 찾는다. ‘어벤저스’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 에반스가 ‘설국열차’의 오디션을 자청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봉준호는 친숙함과 기발함을 자유롭게 요리할 줄 안다. 한강에서 괴물이 산다(‘괴물’)는 엉뚱한 설정에서 보편적인 가족애를 끌어내고 ‘국민엄마’ 김혜자의 얼굴에 살기(‘마더’)를 들춘 게 그다. 여기에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자신의 색을 완성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시골형사 수첩에 농협마크가 달린 걸 주문했다는 것도 유명하다. “디테일이 전체를 구성해 나간다”는 게 봉준호의 연출 철학. 그는 이를 토대로 ‘설국열차’ 속 판타지와 계급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였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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