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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도 9년 만에 올랐다…고물가 '공포'가 '현실'로

정병묵 기자I 2022.09.13 15:20:37

오리온, 15일부터 초코파이 12.4% 등 16개 제품 가격 올려
농심은 15일부터, 팔도는 내달 1일부터 라면값 줄줄이 가격 인상
채소가격 일주일 새 폭등, 풋고추(1kg) 가격 2만7548원
외식물가에도 영향…"물가 안정대책 선제 대응 절실해"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공산품 및 채소 등의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식품류는 원부자재와 물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 원가 압박이 심해졌고 채소는 지난달부터 이어진 폭우·태풍 피해로 작황이 악화해 단기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먹거리 물가 상승 공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초코파이’ 9년 만에 인상…라면도 줄인상 중

오리온(271560)은 오는 15일부터 국민 인기 간식 ‘초코파이’를 비롯한 전체 60개 생산제품 중 파이, 스낵,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한다고 13일 밝혔다. 오리온의 가격인상은 지난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국민간식으로 불리는 ‘초코파이’가 12.4% 오르는 것을 비롯해 △포카칩(12.3%) △꼬북칩(11.7%), ‘예감’ 25.0% 등이 가격 인상 품목에 포함됐다. 원부자잿값 급등에도 오랜 시간 가격 동결을 고수했지만 비용 부담을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오리온 초코파이. (사진=오리온)
생활필수품 중 하나로 꼽히는 라면 가격 인상도 예고됐다.

팔도는 지난 7일 라면 12개 브랜드 가격을 내달 1일부터 평균 9.8% 인상하기로 했다. 인상률은 공급가 기준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0%,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이다. 농심(004370)도 15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3% 올리기로 결정했다. 오뚜기(007310)도 시기와 인상 폭의 문제일 뿐 가격인상은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생활 필수 먹거리에 해당하는 라면과 빵, 과자 가격은 지난해부터 유지류와 당류, 감자류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8월 기준 전년대비 최대 70% 이상 상승하고, 제품생산 시 사용하는 에너지 비용도 90% 이상 오르는 등 원가 압박이 가중돼 왔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매출 신장으로 이익 감소를 방어했지만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며 “원부자재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라 이익률이 급감한 제품 위주로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인상 후에도 업계 최고의 가성비를 지향하는 수준으로 인상 폭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풋고추 1주새 51%↑…태풍 ‘힌남노’ 영향

설 연휴 전 ‘시금(金)치’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급등했던 채소류도 일주일 새 가격이 최대 50% 이상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13일 기준 전국 평균 풋고추(1kg) 가격은 2만7548원으로 1주전(1만8203원) 대비 51.3%, 1년 전보다는 2배나 올랐다. 무(1개)는 2955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500원 올랐으며, 배추·깻잎·파프리카(1kg) 등이 일주일 간 10%대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8월초 집중호우와 9월 초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채소류 작황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채소 가격이 금값이었는데 8월 집중호우와 태풍 직격탄을 맞았다”며 “날씨는 예상치 못한 변수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재료 상승으로 외식 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미 소비자 물가 상승 영향으로 8월 외식 주요 메뉴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8월 서울 기준 김밥의 평균 가격은 3046원으로 나타났다. 전월(2969원)보다 약 2.6%(77원)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2731원)보다는 약 11.5%(315원) 오른 수준이다.

삼겹살(200g) 가격은 1만8364원으로 전월 대비 약 1.7%(308원), 전년 대비 약 8.7%(1475원) 올랐다. 김치찌개백반 가격은 전월대비 약 1.0%(77원), 전년동기대비 8.3%(577원) 오른 7500원으로 조사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휴 전 “늦어도 10월에는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달하지 않을까 본다”며 “그 이후에는 수준이 조금씩 안정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 입장처럼 낙관적이지 않다. 이대로라면 물가 인상이 이게 끝이 아닐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식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최근 농수산물 작황 악화로 추가 인상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선제 수입 조치하는 등 정부의 물가 상승 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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