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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잡는다"…해외 도피범, 하늘길 끊기자 바닷길 따라 송환

이소현 기자I 2022.08.31 14:00:00

국내 최초로 선박 이용해 국외도피사범 2명 강제송환
'울산 화물선 폭발' 러 항해사, '킹크랩 납품 사기' 중국인
경찰청·해경청 합동 작전…인터폴 공조로 러시아서 체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경찰청은 해양경찰청과 합동으로 국외도피사범 2명을 러시아에서 동해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했다고 31일 밝혔다.

비행기가 아닌 선박을 이용해 국외도피사범을 송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와 하늘길이 끊겨 송환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과 해경은 최근 재개된 동해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여객선 운항이 일부 재개되자 바닷길을 이용한 국내 송환 작전에 나선 것. 하늘길 안되면 바닷길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범인을 잡아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모범사례로 풀이된다.

경찰청 관계자들이 국외도피사범 2명을 러시아에서 동해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하고 있다.(사진=경찰청)
러시아에서 붙잡힌 피의자는 모두 외국인이다. 중국 국적의 피의자 A(49)씨는 공범과 함께 2017년 5월 우리나라 수산물 수입업자들로부터 러시아산 킹크랩을 싸게 납품하겠다고 속여 45만 달러(약 6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은 2018년 12월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았다. 러시아 인터폴과 국제공조를 통해 A씨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편에 탑승할 예정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지에서 A씨를 체포했다.

또 다른 러시아 국적의 피의자 B(38)씨는 2019년 9월 28일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화물선 폭발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이다. 그는 화물선 항해사(1항사)로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배 위에 있던 석유화학제품 2만톤(t)이 폭발, 250명이 다치고 국가기반시설인 항만과 울산대교 등이 파손되는 등 총 700억원 물적 피해를 일으켰다.

당시 해경은 사고선박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 분석과 현장감식 등을 통해 화물 탱크에 적재된 화학제품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폭발한 것을 확인했다. 당시 승선 중이던 선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상·선박파괴 혐의로 송치했다.

러시아 내무부 공보실에서 공개한 A씨 검거 관련 영상 자료 갈무리(사진=경찰청)
해경은 사고 발생 전날 러시아로 출국한 B씨에 대해서도 교대 전 탱크온도 상승 등을 확인하지 않고 정상적인 인계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발견했다. 경찰청은 해경청의 요청에 따라 2020년 6월 B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았다. 러시아 인터폴과 공조를 통해 피의자가 러시아에 체류 중임을 확인했으며, 국내로 들어와 수사를 받으라고 설득, B씨의 동의를 받아 송환에 이르게 됐다.

경찰과 해경은 송환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러시아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만식 해양경찰청 외사과장은 “해양경찰이 발부 요청한 적색수배자를 최초로 주 무대인 바다를 통해 안전하게 송환했다”며 “국제 여객선을 이용한 송환을 위해 관련 법적 검토과 선사와의 적극적인 협의 끝에 이번 송환이 이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기택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장은 “경찰청, 해경청, 외교부(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등 부처 간의 협업이 돋보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외도피사범 추적에 대해 인터폴과 국내 기관 간 공조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019년 9월 28일 오전 울산시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한 선박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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