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SG 공시제도 로드맵, 3분기 공개…“소기업 부담 줄여야”

김응태 기자I 2023.05.12 14:46:24

ESG 공시제도 의무화 앞두고 제도개선안 논의
금융위 “2025년부터 적용, 코스닥도 적용 검토”
전문가 “韓 특수성 고려하고 부담 최소화해야”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를 상장사에 어떻게 도입할지 등을 담은 ESG 로드맵이 3분기에 발표된다. 2025년부터 ESG 공시제도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 적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제적 동향을 감안하되 국내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거 기반의 제도를 마련하고, 부담이 큰 소규모 기업들의 수용 여력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ESG공시제도 도입…“국제적 동향·국내 특수성 감안해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ESG 공시와 퇴직연금 제도 개선’ 공개 세미나(주최 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 후원 금융위·거래소)에서 “금년 3분기 내로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오는 6월 말에 국제표준 ESG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한다. 최종안 발표 이후 금융위는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할 ESG 공시기준을 본격 마련한다. 2025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ESG 의무공시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김 부위원장은 “ESG 공시 의무화를 시작해 2030년까지 코스피 상장사 전체에 대해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며 “자산 규모가 큰 코스닥 상장사에 대해서도 ESG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하되, 국내 여건을 고려한 ESG 공시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기업의 현실적인 부담을 감안해 초기에는 거래소 공시체계 하에서 국제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기후 분야를 중심으로 공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ESG 공시와 퇴직연금 제도 개선’ 공개 세미나(주최 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 후원 금융위·거래소)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됐다. (사진=이데일리)


전문가들은 국내 ESG 공시제도가 본격 적용되는 만큼, 글로벌 ESG 공시 논의 동향을 고려해 국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상장기업에 강화된 ESG 공시 규율을 적용한다. 미국은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기후 관련 공시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윤재숙 한국거래소 ESG지원부장은 ‘글로벌 ESG 공시 논의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국내 기업이 EU에 상장됐거나 EU 내 일정 규모 이상의 현지법인을 보유한 경우 국내 기업이라도 단계적으로 EU 공시규제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기업이 미국에 상장된 경우 역시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공시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장은 이어 “국내 기업 대부분이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작성 등을 위한 실무 가이드라인, 글로벌 공시기준의 국문 번역자료 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ESG공시 컨설팅에 대한 지원 및 작성 지침, 모범사례 등 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정연 한국공인회계사회 ESG연구팀장은 ESG 공시 검증과 관련한 국제적 동향의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에선 ESG 공시 제3자 검증 시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에서 제정한 ISAE3000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회계법인 이외에도 다양한 검증 기준 및 기관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고 팀장은 “국제감사인증기준위원회(IAASB)와 국제윤리기준위원회(IESBA)에서 각각 ESG 공시에 대한 검증 및 윤리기준을 제정 중이며,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에서도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ESG 공시와 함께 검증 생태계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기업·검증기관 등 이해관계자들도 이러한 국제 동향을 잘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거 기반의 제도 및 기업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연구원은 “정책 효과의 사후 검증이 가능한 제도 설계를 통해 합리적 조정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또 기업 수용성 제고를 위한 이행비용과 편익의 균형적 고려를 해야 하며, 특히 소규모 기업의 공시 역량을 감안해 과도한 부담 유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 투자자 효용성 중요…시장 왜곡 방지 대책도 필요”

패널 토론에선 투자자 입장의 눈높이에서도 공시제도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ESG 공시 시기와 관련해서 사업보고서 제출 후 5개월 이내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용자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8월 말까지 의무적으로 공시를 하게 되면 평가 기간이 짧아져 신뢰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8월에 제출된 과거 ESG 정보를 이용자들이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공시제도의 위험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ESG경영연구소장은 “정보공시는 중요하지만 잘못 이뤄지면 기업에 큰 부담이 간다”며 “위험에 대비해서 지나치게 빠른 속도 ESG 공시제도를 도입하는 건은 지양해야 하며,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선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시 검증기관 간 객관성 확립도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ESG 평가기관이 전 세계 130개, 로컬 기관은 600여개로 평가기관이 많으면 결과가 상이한 만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ESG공시에 나서게 하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을 ESG 공시 대상에 편입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 기업의 경우 모험자본 공급 이 중요한데, ESG 공시제도 적용 대상이 코스닥으로 확대되는 맥락을 봤을 때 부담 대비 효용성, 적용 시점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