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액주주인 기자도 주주명부 확인과 온도체크 등을 거치고 입장하려고 했지만 문전박대당했다.
입구를 가로막아선 이들은 “저희도 주주인데 먼저 서 있다”는 말과 함께 출입을 통제하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날 하이트진로는 중요한 안건이 있어 ‘표 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기에 의아했다. 정기 영업보고와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강명수 사외이사 선임 등 평범한 안건을 상정시켰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경영관리팀 직원은 “저희가 다른 주총을 안 가봐서 잘 모르는데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통제하지 않느냐”며 “저희는 늘 이렇게 해왔다”고 답했다. 한 명의 주주도 주총에서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하이트진로가 지난 수십 년간 주총을 주주와 소통 없이 개최해왔다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주주가 주총에 참여하는 권리를 막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상법상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사결정에 참가할 수 있는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이자, 형법상 주주의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MZ세대는 물론 다양한 계층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주주 여러분이 요구하는 투명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개인주주들을 대하는 하이트진로의 모습은 과연 어땠나. 1년 중 주주의 가장 큰 행사인 주총에서조차 출입을 막은 만큼 김 대표의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변즉생 생즉사’. 변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둔 하이트진로 주총에서 김 대표가 강조한 슬로건이다. 전자투표제 도입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내년에는 개인주주에게도 주총장 문을 여는 변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