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등에게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구속영장 청구 방침은 전날 윤석열 총장과 이성윤 중앙지검장과의 주례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기소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 받아보겠다는 삼성 측의 전략을 일종의 여론전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이번 수사가 무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삼성의 회계 이슈는 부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거나 가공한 사례와는 달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어떠한 회계처리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대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고의 분식회계 주장은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 2012~2013년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겨우 15%의 지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히려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와 아무 상관 없다. 회계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이 사건 전에 삼성은 이재용으로 경영권 승계 확정돼 있었는데, 소급해서 연결시키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논리가 안 맞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지난 2017년 2월 금융감독원이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사안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이듬해 4월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전 원장이 취임한 직후 돌연 ‘고의적 분식’으로 판단을 바꿨다.
이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건은 애초 전 정부 하에서 여러 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 사항인데, 정권이 바뀐 후 분식회계로 돌변했다. 금융감독원이 과거 정권 시기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내린 판단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명백한 권력남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주장은 회계학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분식회계를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호중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 관련 회계 논란은 전문가 입장에서도 굉장히 복잡하다. 자세한 내용을 이재용 부회장이 알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분식회계와 관련해서 이 부회장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시를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알지도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겠느냐”며 “회계 전문가도 헷갈리는 내용을 이 부회장이 지시했을 리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식회계 여부도 회계학 교수들은 거의 100%는 아니라고 한다. 심의위가 열리면 국민들이 무엇이 쟁점인지, 정말 잘못이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삼성이라고 무조건 나쁜 짓을 했다고 하면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검찰은 삼성 측이 요청한 수사심의위 개최와 관련해선 부의 심의위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일정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규정상 부의 심의위, 수사심의위 진행과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를 병행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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