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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들 유골함 두고…부모vs며느리 소유권 소송戰

한광범 기자I 2023.04.13 14:08:53

사실혼 관계 중 사망…며느리 출산 후 소송 통해 친생자 인정
며느리, 봉인시설측에 보관칸 문 열거나 조화 못 붙이게 조치
부모 "우리가 실제 제사주재자…공동 인정해달라" 소송 제기

한 납골당 내부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숨진 남성의 유골함 소유권을 둘러싸고 부모와 사실혼 관계였던 아내가 법정 분쟁이 벌어졌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남성 A씨는 2020년 8월 여성 B씨와 결혼식을 올린 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았다. 그러던 중 A씨는 2021년 9월 사망했다.

A씨 사망 이후 A씨 부모와 B씨 등은 함께 장례를 치른 후, 화장을 거쳐 A씨 유골함을 한 봉안시설에 안치했다. 봉안시설 사용계약은 A씨 부모와 B씨 등이 함께 체결했고, 1000만원가량인 사용료와 관리비 등은 A씨 부모가 부담했다.

A씨 부모는 아들의 사망 후 B씨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B씨는 A씨 사망 이후 딸 C양을 출산했고, 인지청구 소송을 통해 지난해 10월 가정법원에서 A씨의 친생자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인지청구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이던 지난해 2월 B씨는 봉안시설 측에 “제 허락 없이 다른 누구도 유골함 보관된 칸의 문을 열거나, 조화나 사진 등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신청했다.

봉안시설 측도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유골함이 들어가 있는 칸을 봉인한 후 ‘B씨 외 개방금지’라는 표찰을 부착했다. 그리고 A씨 부모의 요청에도 문을 열어주거나 조화 등의 설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A씨 부모는 “우리가 아들 A씨에 대한 사실상의 제사주재자이므로 손녀 C양과 유골함의 공동소유자에 해당한다. 법률상 배우자가 아닌 B씨가 손녀의 친권자 지위에서 유골함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며 “유골에 대한 소유권 확인을 구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지도록 하고 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장남, 그리고 아들이 없는 경우엔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 민법에 따라 유골은 제사용 재산은 분묘와 함께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된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경우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례가 인정하는 특별한 사정은 질병, 방탄한 생활, 생계 곤란, 부모 학대, 제사 거부 행위, 장기간 해외 거주 등이다.

A씨 부모 측은 “손녀 C양이 만 1세의 유아에 불과해 제사주재자가 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며 “아들의 제사를 사실상 부모가 주재하고 있으므로 손녀와 부모가 공동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김세현)는 “단독 상속인이자 제사주재자인 C양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A씨의 유골은 원칙적으로 C양에게 귀속된다”며 “공동소유를 해야 한다는 A씨 부모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B씨가 C양의 모로서 단독 친권자 지위에 있는 만큼, 유골함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결론이다.

재판부는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제사주재자가 될 수 없고 성년이 된 후에야 자격이 있다고 한다면 제사주재자의 지위 및 제사용 재산 승계에 관한 법률관계가 일관되게 유지되지 못하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사용 재산과 유골은 선조에 대한 제사의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A씨의 후손에게 승계되는 것이 타당하고 반대로 A씨의 윗세대인 부모에게 승계되는 것은 제사와 제사용 재산 승계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의 유골이 C양에게 귀속되는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원고들이 봉안당 공동계약자라거나 사용료 등을 전액 부담했다는 주장은 소송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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