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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 난치병부터 안티에이징 넘어 미용시술로 무한도전

이순용 기자I 2022.06.10 15:59:37

서구에서 시작했지만 한국에서 더 발전한 줄기세포가슴성형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줄기세포는 다양한 신체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분화 세포’다.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여러 조직세포로 분화하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면역억제반응, 항염증효과, 혈관생성 유도, 빠른 회복 등으로 치료효과를 높이고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성질로 난치병 치료의 열쇠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당뇨병 및 합병증으로 인한 피부궤양, 류마티스 관절염, 파킨슨병 등 희귀난치병 극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치매치료법 연구도 활발하다. 또 심장질환, 발기부전, 퇴행성 무릎관절염 등에도 두루 적용되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 의과대학의 무집 울라와 종지에 선 교수는 “노화가 진행되면 독성 대사물질이 체내에 축적되고 염증이 자주 발생한다. 면역체계가 약해지며 DNA가 손상되는데 한두 가지 약물이나 시술로 해결될 수 없다”며 “줄기세포는 낡고 병든 세포를 새것으로 교체함으로써 노화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줄기세포 치료는 난치병 치료와 안티에이징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를 치료하는 용도로 여러 바이오기업들이 도전하기도 했다. 2020년 전세계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규모는 93억80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2021~2028년에 8.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안면성형이나 가슴성형 등 미용시술에서도 줄기세포가 핫한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 줄기세포만으로도, 지방세포만으로 안 되는 생착률 달성 … 황금비율 배합이 정답

서구 여성들은 작은 가슴을 키우기보다는 지나치게 큰 가슴을 줄이는 데 신경 쓰는 경우가 더 많다. 가슴이 너무 크면 척추가 아플 수 있고, 덜 스마트해 보이기에 이를 줄이려 노력한다.

하지만 다수의 아시아계나 어떤 서구 여성들은 더 큰 가슴을 선호하는데 유방보형물을 기피하는 게 요즘의 경향이다. 실리콘 재질의 유방보형물은 이물감이 느껴지고 수술 후 10년 정도 지나면 약 40% 환자에게서 구형구축(보형물 주위 조직이 단단해지는 현상)이나 파열, 내용물 유출 등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2019년에는 미국 엘러간사(社)의 인공 유방보형물이 다른 제조사 제품에 비해 유방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병 확률이 6배가량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미국과 한국에서 강제 회수 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유방보형물을 기피하는 여성이 찾는 게 자가지방이식 가슴확대수술(analogous breast augmentation)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는 지방을 이식해도 얼마 되지 않아 인체에 재흡수되는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에서야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등장했다.

줄기세포가 주입된 위치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순수줄기세포만을 유방에 주입한 경우도 있었으나 성과가 시원찮았다. 결국 지방에서 추출한 순수줄기세포와 순수지방세포를 황금비율로 배합해야 체내에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줘 유방조직에서 높은 생착률을 보인다는 것을 임상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됐다.

줄기세포가슴성형(stem cell breast augmentation, 또는 stem cell-assisted lipotransfer)은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발전해왔으며 여전히 개척돼야 할 분야가 많은 미용성형 분야 중 하나다.

국내서는 신동진 SC301의원 원장이 2007년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한 성형수술 기법을 발전시켜왔고 안면성형은 1000건 이상, 가슴성형은 5000건 이상을 시술했다. 술기도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으며 2020년 2월에는 그동안의 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유래 줄기세포 가슴지방 이식 결과 생착률이 75.1%까지 올랐다”는 임상 논문을 영국 ‘옥스퍼드 저널’에 등재했다.

외국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성형외과가 밀집한 미국 비버리힐스 성형외과에서도 이 시술에 열중이다. 2020년 7월엔 네덜란드의 한 의사가 SC301의원과 비슷한 방식의 줄기세포가슴성형으로 80.5%의 생착률을 보였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의사들이 기사 게재 시 동료 리뷰를 하는 미국의 한 건강사이트에 따르면 줄기세포가슴성형의 장점으로 △인공보형물(임플란트)을 사용하지 않음 △작은 절개 △여성의 자신의 지방을 사용 △낮은 합병증 비율 △자연스러워 보이는 가슴 △양호한 안전성 △환자와 의사의 높은 만족도 등을 꼽고 있다.

반면 단점으로는 △아직 표준화된 기술이 없음 △한 컵 크기만 확대 가능함 △유방 거상(breast lift)이 여전히 필요할 수 있음 △지방이 재흡수될 수 있음 △과도하게 이식한 지방이 석회화돼 유방암 영상진단을 방해할 수 있음 △지방괴사(작고 단단한 덩어리 형성)가 나타날 수 있음 △이식할 지방의 여분이 충분해야 함 등을 지적하고 있다.

신동진 SC301의원 원장은 “그동안 객관적으로 알려진 줄기세포가슴성형의 단점들은 고열 및 진동을 최소화한 세포추출기 활용, 적정량과 황금비율의 순수 지방세포 및 줄기세포 사용, 체계적인 시스템 가동을 통한 시술시간 최소화, 수술받을 환자의 신체적 조건 최적화(지방량을 늘리기 위한 식사요법 등) 등을 통해 극복해왔다”며 “세부 노하우에서 오히려 서구 선진국보다 앞서는 면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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