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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노벨상 수상자 디턴 "빈부격차 심화, 한국만 겪는 문제 아니다"

김혜미 기자I 2015.10.13 15:40:25
[프린스턴(美뉴저지주(州))=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최근 한국에서도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빈부격차 심화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며 유럽 등 다른 나라도 겪고 있습니다. 불평등은 성공이 준 선물입니다. 불평등의 역기능에만 집착하지 말고 성장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6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2일(현지시간) 프린스턴대 알렉산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견장에는 대학 교직원 300여명과 교수, 학생, 취재진들이 몰렸다. 또한 회견 직후 리셉션에는 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와 199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위샤우스 교수가 참석해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디턴 교수는 소비자 행동 분석, 경제발전 및 빈곤 분야에서 폭넓은 연구를 해온 미시경제학자다. 그는 소득이 아닌 소비 관점에서 경제발전을 연구했으며 개도국 가정의 소비패턴을 연구해 삶의 질과 빈곤을 측정하기도 했다.

그는 자본주의 발달이 불평등을 확대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21세기 자본론’으로 스타가 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보다 먼저 21세기 최대 화두인 경제적 불평등을 연구했다. 그러나 디턴 교수는 피케티와 달리 경제적 불평등을 긍정적 측면에서 연구해왔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번역 출간된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에서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성장의 부산물이자 삶을 개선시킨다고 주장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른바 ‘디턴의 역설’인 셈이다.

이같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디턴 교수는 이날 회견장에서 “불평등은 대단히 복잡한 것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모두 지니고 있다”면서 “과도한 불평등은 부작용을 일부 낳지만 이와 동시에 성공의 산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인류는 지난 250년 동안 궁핍에 가까운 상태에서 벗어나 더 부유해지고 재능과 능력이 더욱 발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면서도 “현재 가장 빈곤한 나라는 과거 산업혁명 직후 영국 상황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경제발전은 새로운 불평등을 가져오지만 이는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개발도상국 원조에 대해서도 일반적 시각과 견해를 달리 한다. 그는 서방 선진국들의 원조가 개발도상국에 득(得)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害)가 된다고 여긴다. 국제 원조가 빈곤층에 전달되기보다는 부패한 정부 주머니만 두둑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디턴 교수는 “부유층 혹은 선진국들이 빈곤층이나 빈곤국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해 전세계 빈곤이 사라질 수 있다고 여긴다면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디턴 교수가 ‘빈곤’을 연구하게 된 것은 사실 자신의 가정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1945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교육의 힘을 믿었던 부친은 자신 연봉보다 많은 돈을 들여 ‘북부의 이튼스쿨’로 불리는 페테스 칼리지에 아들을 보냈다. 이후 케임브리지대에 입학한 그는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잠시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에 몸담았으나 다시 학업을 연마해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케임브리지대와 브리스톨대에서 교수를 지내다 1983년 프린스턴대로 자리를 옮겼다.

디턴 교수는 가정환경과 연구와의 연관성에 대해 “대학 졸업 이후에도 몇년간 그리 넉넉한 삶을 살지 못했다”며 “하지만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학생들과의 수업을 재미있고 편안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가난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고 농을 던졌다. 그는 새벽 6시에 노벨상 선정 소식을 알리는 노벨위원회 전화를 받고 ‘장난 아니냐’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청중들에게 웃음을 줬다.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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