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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만 유튜버' 박일환 前대법관이 검사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이배운 기자I 2023.07.05 16:34:01

대검찰청 '사회 변화와 법의 역할' 초청강연회 개최
"검찰, 1차수사 너무 나서면 중앙정보부와 같은 운명돼"
"법조인들 일처리 80점 수준으로하고 흐지부지" 쓴소리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구독자 14만명의 현업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는 박일환 전 대법관이 검사들을 만나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부지런히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일환 전 대법관(사진 첫줄 왼쪽 3번째)과 이원석 검찰총장 (첫줄 왼쪽 4번째) 등 대검찰청 간부들이 5일 박 전 대법관 초청강연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대검찰청은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사회 변화와 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박 전 대법관 초청강연회를 진행했다. 이날 강연에는 이원석 검찰총장, 송강 기획조정부장 등 대검 간부와 직원들이 참석했다.

박 전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8년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서울지법 부장판사, 제주지법원장 등을 거쳐 2006년 대법관으로 임명됐고 2012년 퇴임, 현재는 법무법인 바른 고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2018년부터 ‘차산선생법률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각종 법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현재 구독자는 14만여명에 달한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강연에서 ‘관습의 변화’, ‘기술의 진보’, ‘법원의 역할 변화’ 등 사회가 변화해온 양상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법적 이슈 등을 소개한뒤, 일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사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법적으로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짚었다. 시대가 변화하는 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전 대법관은 ‘검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해 달라’는 직원의 질문에 수사권에 집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군사 정권 시절 권력을 휘둘렀다가 지금은 사라진 중앙정보부의 사례를 언급한 뒤 “검찰에 계셨던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검찰이 1차 수사에 너무 나서면 결국 똑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이어 “(검찰 수사권을) 어떻게 잘 조정하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어렵다. 법무부 장관 힘으로도 안 된다고 하더라, 앞으로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법무부에 검찰과 함께 별도의 수사기관을 두거나 일반적인 사건은 자치경찰에 맡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미국은 법무부에 검찰뿐만 아니라 연방수사국(FBI), 마약수사국(DEA) 등 수사기관을 두고 있다.

그는 또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해석을 놓고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를 들며 ”독일법 책을 살펴보니 해답이 분명히 적혀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찾아보려하지 않아 놀랐다“며 ”당시 법무부 검사들이 일을 안일하게 하고 연구를 안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직 법조인들을 향해 ”어떤 일을 하면 100점을 맞아야하는데 80점만 맞고 90점 이상으로 올라가려하지 않는다, 중간에 흐지부지 한다“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엄정한 일처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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