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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만찬 논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무죄 확정

한광범 기자I 2018.10.25 10:45:30

대법, 김영란법 예외규정상 '회식' 해당 판단
文대통령 감찰 지시로 좌천→감찰→기소·면직
찍어내기 논란 불가피…면직 취소소송도 영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4월 서울고법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돈봉투 만찬 논란’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이영렬(60)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대법원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문재인정부 차원의 ‘무리한 찍어내기’였다는 비판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5일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지검장 상고심에서 검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보다 상급자이므로 술자리 식사 대접과 격려금 지급 행위를 김영란법에서 예외규정으로 두고 있는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김영란법에서 정한 ‘상급 공작자’란 금품 등 제공의 상대방보다 높은 직급이나 계급의 사람으로서 금품 제공 상대방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고 그 상하관계에 기초해 사회통념상 위로·격려·포상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금품 제공자와 그 상대방이 직무상 명령·복종이나 지휘·감독 관계에 있어야만 이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석했다.

이 전 지검장은 검찰의 상급기관인 법무부의 검찰국 소속 검사들에게 김영란법이 규정한 액수 이상의 식사와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지검장이 국정농단 수사 종료 사흘 후인 지난해 4월 21일 저녁 서울 서초동의 한 복요리 식당에서 만찬을 주재하며 법무부 검찰국 소속 검찰 간부 2명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이 들어있는 돈봉투를 각각 건네고 1인당 9만5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것이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안태근 전 검찰국장도 국정농단 수사팀 소속 검찰 간부 7명에게 수사비 명목으로 100만원 혹은 70만원이 든 봉투를 지급하기도 했다. 식사비는 이 전 지검장의 업무카드, 돈봉투는 특수활동비에서 지급됐다.

만찬 종료 후 법무부 검찰국 간부 2명은 동석했던 정모 부장검사에게 봉투를 건네며 이 전 지검장에게 반환을 부탁했다. 정 부장검사는 월요일인 같은 달 24일 이 전 지검장에게 이를 보고했지만 수사비로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로 지난해 5월 중순 돈봉투 만찬 사실이 공개되자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감찰을 지시했고 검찰 2인자로서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던 이 전 지검장은 좌천성 인사를 당한 후 감찰을 받게 됐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은 지난해 6월 이 전 지검장이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며 수사를 의뢰하고 면직 처분을 권고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징계위원회에서 면직 처분을 당한 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2심 모두 “김영란법 예외 규정인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위로와 격려 목적으로 제공한 것’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이 전 지검장의 면직처분 취소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검장은 면직된 후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 면직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검찰 등 법조계 내부에선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와 면직 처분에 대해 ‘무리한 찍어내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법원이 사실상 ‘정상적인 회식’으로 평가한 만큼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찍어내기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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