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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올 뉴 무라노 하이브리드 시승기 - 닛산, 대형 SUV의 효율화를 꿈꾸다

김학수 기자I 2016.10.05 11:46:07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지난 2002년 북미 시장을 타겟으로 첫 선을 보인 무라노는 2007년 2세대를 거쳐 현재 3세대 이르게 되었다. 3세대 모델은 2015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되었고, 한국닛산은 쥬크를 시작으로 캐시카이를 거쳐 무라노와 패스파인더로 구성되는 풀 SUV 라인업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닛산의 의지와 달리 3세대 올 뉴 무라노의 2015년 회계연도 출시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한국닛산은 2016 부산국제모터쇼에서도 올 뉴 무라노, 그것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메인 이벤터로 무대 중앙에 세웠다. 한국닛산은 모터쇼를 기점으로 5,490만원의 가격과 차량의 상세 제원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사전 계약에 나섰다.

모터쇼 이후, 어느새 2016년의 절반이 지난 후에야 공식 출시된 올 뉴 무라노 하이브리드. 그 동안 닛산을 대표하는 역동성에 일본 브랜드 고유의 정숙함과 우수한 상품성을 자랑했던 무라노의 새로운 시대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까?

패스파인더의 아래에 위치한 무라노지만 이번 3세대는 인상적일 정도로 우람한 차체를 자랑한다. 4,900mm에 이르는 전장과 1,915mm의 전폭은 5m가 넘는 패스파인더와 함께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개발된 SUV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편 전고 역시 1,690mm로 상당한 키를 자랑하며 휠 베이스는 2,825mm에 이른다. 눈길을 끄는 건 공차 중량인데, 체급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느껴지는 1,915kg이다.

닛산의 최신 트렌드를 담아낸 무라노

3세대의 디자인은 맥시마의 SUV 버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맥시마와 최신 닛산 디자인을 대표하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이 적용되었다. 가장 먼저 차량의 이미지를 결정 짓는 전면에는 닛산의 새로운 패밀리 룩인 V-모션 그릴의 크기를 키웠고, 부메랑 실루엣의 LED 헤드라이트를 조합해 강렬한 존재감을 어필한다. 다소 과장된 느낌이지만, 닛산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히 느껴진다.

측면 디자인은 대담한 전면 디자인과 달리 스포티한 감각이 돋보인다. 차량 후면으로 갈수록 끌어 올리는 라인 처리와 볼륨감을 강조한 숄더 라인 그리고 유려하게 디자인된 루프와 시각적인 트릭이 더해진 플루팅 루프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런 디자인적인 고민을 통해 3세대 무라노는 쿠페 스타일의 세련된 크로스오버의 실루엣을 완성했다.

후면 디자인은 한껏 살이 오른 차체와 숄더 라인, 그리고 부메랑 모양과 독특한 시그니처 라이팅 디자인을 적용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통해 차체의 볼륨감을 강조했다. 특히 테일 게이트의 뒷 유리와 연결된 듯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로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였고, 듀얼 머플러를 통해 차량의 역동성을 어필한다.

한편 하이브리드 모델일 경우 전용 브랜드 엠블럼을 과시하는 타 브랜드와 달리 닛산은 올 뉴 무라노 하이브리드를 무척 깔끔하고, 기본 모델과 큰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깔끔하게 정리했다. 실제로 닛산 브랜드 엠블럼도 변화가 없고, 그저 하이브리드 레터링을 차량 후면과 전륜 펜더 양쪽에 붙여 놓은 것이 전부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집하다

외관 디자인에서 과감한 터치를 선보인 무라노지만 실내 공간에서는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으로 표현해냈다. 모델의 수명이 황혼에 닿고 있는 알티마와 큰 차이가 없는 닛산 고유의 레이아웃에 고급스러운 감각을 강조하는 랩 어라운드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실내 디자인의 모든 것이다.

그래도 칭찬할 부분은 존재한다. 가장 먼저 다행히 우드 패널을 과하지 않고, 절절한 빈도로 일부 요소에만 적용한 것은 크게 칭찬하고 싶고, 손에 닿는 패널들의 마감이나 재료에 신경을 쓴 티가 난다. 게다가 사용성이 한층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전의 닛산 차량과는 차원이 다른 만족감을 선사한다.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달리 실내 공간을 채우는 요소들의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큰 아쉬움은 없다. 깔끔한 디자인의 아날로그 클러스터에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키워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계기판과 직관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센터페시아의 조작부 등은 사용자로 하여금 짧은 시간에도 조작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실내 공간은 닛산이 추구하는 ‘움직이는 스위트룸(Mobile Suite)’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기본으로 공간이 넓고 시트에 몸을 맡겼을 때의 만족감이 상당하다. 먼저 1열의 경우 경쟁 SUV 대비 낮은 시트 포지션을 제공하고 닛산을 대표하는 저중력 시트를 적용해 탑승자에게 최적의 만족감을 제공한다. 2열 공간의 경우에는 루프 라인에 비해 헤드 룸이 상당하고 우수한 착좌감의 시트가 탑승자를 반긴다. 다만 수납 공간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무라노 하이브리드의 트렁크는 기본적으로도 908L의 넓은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데 무라노 하이브리드는 비슷한 포지션의 중형 SUV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사이즈로 눈길을 끈다. 게다가 트렁크 공간 내에 배치되어 있는 레버를 당겨 2열 시트를 손 쉽게 폴딩할 경우에는 1,897L에 이르는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닛산 하이브리드 SUV 라인업의 기준

무라노 하이브리드의 보닛 아래에는 닛산을 대표하는 VQ 엔진이 아닌 4기통 2.5L 슈퍼차지드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QR25DER으로 명명된 이 엔진은 알티마, 맥시마 등에 사용되는 2.5L 엔진들과 같은 혈통이나, 슈퍼차저를 통해 최고 출력을 233마력, 33.7kg.m까지 끌어 올렸다. 여기에 15kW급 전기 모터를 조합해 시스템 합산 253마력을 낸다.

변속기는 닛산의 무기 중 하나인 자트코 제 ‘엑스트로닉 CVT’를 장착했으며 ALL Mode 4x4-i로 명명된 사륜 구동 시스템을 통해 네 주행 상황에 따라 네 바퀴에 최적의 출력을 전한다. 무라노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11.1km/L(도심 10.2km/L 고속 12.4km/L)다. 무라노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구성은 패스하인더 하이브리드와 인피니티 QX60 하이브리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무라노 하이브리드

시승을 위해 무라노 하이브리드 화려한 외관에 감탄하며 도어를 열면 다소 차분한 실내 공간에 실망할 법도 하지만, 시트에 몸을 맡기는 순간 ‘최적의 편안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닛산이 가진 스포츠카 브랜드 아이덴티티 때문일까?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중형의 SUV에 비한다면 비교적 낮은 시트 포지션이 마음에 들었다. 시동을 걸어 전기 모터를 깨우고,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2톤에 이르는 육중한 차체, 그리고 15kW급의 작은 전기모터를 얹은 덕에 전기 모터만이 가속에 개입하는 일은 드물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부드럽게 밟더라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엔진이 개입한다. 한국GM 알페온 E-어시스트 같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동안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이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점이 이내 마음에 걸렸다.

대신 기본적인 출력 자체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V6 엔진이 아닌 만큼 폭발적인 퍼포먼스가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슈퍼차저를 얹은 만큼 고른 RPM에서 탄탄한 토크를 느낄 수 있었다. 전기 모터는 확실한 ‘보조 출력’의 개념으로서 발진 가속부터 추월 가속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시속 100km 이하의 영역에서는 꽤나 기민한 가속력이 전해진다.

하지만 전기 모터가 개입하기 힘든 고속 영역으로 가면 순수하게 가솔린 엔진 만으로 2톤의 차체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4기통 가솔린 엔진에 대해 아쉬움이 생긴다. 물론 효율성과 출력의 타협점을 찾은 결과겠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닛산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VQ V6 엔진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CVT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이 어떨지 몰라도, 닛산이 사용하는 엑스트로닉 CVT에는 더 이상 의문 부호는 필요하지 않는다. 무라노 하이브리드의 변속기 역시 직결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기존의 엑스트로닉 CVT가 선보였던 부드럽고, 매끄러운 변속을 자랑한다. 덕분에 움직이는 스위트룸 역시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고속, 정속 주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수동 모드의 6단에 그쳐 조금 더 효율성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느껴졌다.

차량의 움직임은 브랜드 고유의 감각이라 할 수 있는 스포티함 보다는 쾌적하고 안락함에 초점을 맞췄다. 스티어링 휠은 큰 차체에 비해 가볍고 예민하게 느껴졌고, 서스펜션의 셋업 역시 스트로크를 비교적 길게 구성하여 전체적인 승차감과 편안한 주행을 가능하도록 했다. 오프로드 지향의 SUV가 아닌 세련된 도심형 SUV에 맞춰 온로드의 다양한 노면 상황에서 전해지는 모든 충격을 걸러내고 능숙하게 받아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상고가 높은 SUV의 특성 상 연속 된 코너를 지나가거나 빠른 속도로 코너를 지날 때에면 차량의 롤링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나 불안한 정도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승차감을 지향했다고는 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셋업에 초점을 맞춘 기분이다. 물론 무게 중심이 낮은 세단이나 해치백, 쿠페 등에 비한다면 움직임이 크지만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고성능. 스포츠 모델이 아닌 일반적인 SUV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손쉽게 웃도는 모습이다.

한편 시승 기간 동안 도심의 일반도로와 간선도로 그리고 지방도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약 331.6km를 달리게 되었는데, 특별히 연비를 신경 쓰지 않고 달렸음에도 공인 연비보다 약 12% 가량 개선된 평균 12.5km/L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디젤 SUV 만큼은 아니더라도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과 쾌적함까지 생각한다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좋은 점: 세련된 디자인,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과 최적의 쾌적함

안좋은 점: 소극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신선함이 떨어지는 실내 공간

유니크한 감각을 전하는 하이브리드 SUV, 올 뉴 무라노 하이브리드

무라노 하이브리드는 큰 차체와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기술의 상향 평준화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중형 SUV임에도 대형 SUV에 필적하는 크기와 실내 공간을 확보한 점은 시선을 집중시키기 충분하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경쟁 모델이나 시장의 가격 구성 등으로 인해 5,490만원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고도 하지만 이렇게 유니크한 디자인과 편안한 승차감 그리고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과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사양을 모두 담아낸 존재라는 점을 생각하면 판단의 결과는 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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