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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Zoom人]살기 위해 '우향우'한 좌파 올랑드

성문재 기자I 2014.01.15 16:28:38

기업 사회보장부담금 300억유로 감면
공공 부문 지출도 총 500억유로 줄여
"佛, 허비할 시간 없어..반드시 회복해야"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돌아서서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 하나라도 붙잡으려고 팔을 뻗치고 발을 버둥댄다.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경제성장, 많은 세금에 민심을 잃은 사회주의자 프랑수아 올랑드(사진·60)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반만에 복지에서 경제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사회당 소속 대통령이지만 국민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친(親)기업정책과 성장이라는 ‘당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올랑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연두 기자회견에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오는 2017년까지 프랑스 기업들의 사회보장부담금을 300억유로(약 43조4600억원) 줄이겠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직원 급여 부담이 5.4% 줄어드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프랑스 역대 사회당 정부가 기업의 사회보장부담금을 감면해준 것은 올랑드 정부가 처음이다. 올랑드는 앞서 200억유로에 달하는 기업세를 깎아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31일 TV로 중계방송된 신년사에서 “기업들이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한다면 고용에 따른 세금을 줄여주고 기업 활동 규제도 줄이겠다”며 실업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혔다.

2012년 대선 당시와 취임 직후 “부자를 싫어한다”, “긴축만이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다”면서 사회주의적 색깔을 뚜렷이 드러냈던 올랑드 대통령이 1년 반 만에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올랑드는 또 공공부문 지출 감축 계획도 제시했다. 그는 “올해 150억유로, 2015∼2017년에는 500억유로의 공공 부문 지출을 감축할 것”이라며 “프랑스의 사회 모델을 보전하면서 모든 공공 부문 지출을 철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로서는 경제력을 회복하는 것이 필수”라며 “허비할 시간이 없다. 프랑스는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내 2위 경제국 프랑스는 높은 실업률과 많은 세금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말까지 실업률을 잡겠다고 약속하고 각종 처방전을 내놨지만 지난해 11월 현재 프랑스 실업률은 10.8%로 두자릿수 실업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실업률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역시 0.2%로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 국가를 지탱하기 위한 각종 증세에 시민의 불만은 폭발했다.

직원에게 연간 100만 유로 이상 급여를 지급하는 기업에 100만 유로 이상 구간에서는 75%에 이르는 부유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프로축구계는 파업을 벌이겠다면서 반발했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서는 작년 10∼11월 환경세 신설에 반대하며 농민 등이 저항의 의미로 붉은색 털모자를 쓰고 과격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작년 11월 프랑스가 세제와 노동 시장 개혁 문제 등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프랑스 경제에 대한 불신감은 커졌다.

한편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기업들이 독일과 제휴를 통해 시장을 넓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상업용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 그룹을 적절한 예로 꼽으며 이같은 형태가 ‘아름다운 동맹’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대책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많은 기자들은 최근 세계적 화두가 된 올랑드의 염문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앞서 지난 10일 프랑스 연예주간지 클로저는 올랑드 대통령이 지난해 6월부터 프랑스 여배우 쥘리 가예와 몰래 만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랑드는 이 자리에서 클로저 보도에 대해 “사생활 자유를 침해하는 보도”라며 “매우 분노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도의 사실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은 채 다음달 11일 미국 방문에 앞서 이 상황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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