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금리 덜 오르는 신용대출 검토...국민편익 최우선(종합)[은행빅뱅]

노희준 기자I 2023.03.03 17:55:37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
신규취급액 외 잔액기준 대출 상품 개발
대출금리 잔액 기준 및 전세대출 금리도 공시
지방은행·저축은행→시중은행 전환 검토
카드, 보험사, 증권사에 계좌 허용도 논의

[이데일리 노희준 서대웅 기자] 금융당국이 금리 상승기 때 금리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오르는 신용대출 등 상품 개발을 검토한다. 많은 국민이 사용하는 전세대출의 상세한 비교 공시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고인물에서 배부른’ 은행을 개혁하는 작업의 최우선 가치를 ‘업권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의 실질 편익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금융당국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2일 은행 개혁 기구인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TF)’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고 3일 밝혔다. 당국은 이날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트릴 은행의 경쟁도 제고 방안을 주제로 삼아 논의했다. 당국은 TF 논의 과정에서 조기 시행이 가능한 과제는 즉시 방안을 발표하고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자료=금융당국)
당국은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과제로 금리산정 체계 개선, 대출금리 예대금리차 공시, 은행의 성과보수 점검을 우선 선정했다. 이런 이슈는 금융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B2C)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금리산정체계의 경우 시중금리의 과도한 상승시 대출금리의 상승폭을 완화할 수 있는 지표 및 상품 개발을 검토할 계획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 과장은 “주택담보대출에서 잔액코픽스가 금리 변동에 따른 대출 변동이 작다”며 “신용대출에도 잔액을 반영한 금리 체계를 마련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가령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담대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 자금조달지수)의 경우 신규 취급액 코픽스보다 잔액 취급액 코픽스가 금리 변동이 적다. 금리가 오르기 전에 조달한 예적금, 은행채 등을 포함해 자금조달비용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 기준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연 3.82%이지만 잔액기준 코픽스는 연 3.63%로 0.19%p 낮다.

다만, 잔액기준 신용대출 상품이 설사 나오더라도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잔액기준 대출 상품은 금리 하락기에는 또 상대적으로 금리가 늦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기에는 신규 취급액이 또 빨리 떨어진다. 금융권에서는 금리상승의 폭을 일정 기준으로 제한하는 ‘금리상승형 주담대’상품 등이 또한번 업그레이드돼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사진=금융당국)
금융당국은 경쟁을 통한 금리 압력을 키우기 위해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공시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각종 은행 대출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 이외에 잔액기준 예대금리차 공시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예대금리차와 함께 대출금리(가계대출·기업대출), 예금금리 등 상세 금리정보도 모두 잔액기준으로 공시할 계획이다. 앞서 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은행별 최근 금리동향을 보여주는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지만, 신규취급액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또 전세대출금리도 은행별로 비교 공시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연합회에서 주금공 보증서를 담보로 취급한 전세대출의 은행별 월간, 주간 단위 금리를 공시하고 있는데, 주금공 외에 다른 서울보증보험(SGI)등으로 공시가 세분화돼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은행별 가계대출 금리를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로 세분화해 비교 공시할 계획이다. 현재는 주담대·신용대출 등 대출상품별로만 세분화해 공시중이라 은행의 전체적인 가계대출 금리의 세부내용을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금융당국)
TF는 첫날 회의에서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신규 행위자(플레이어)’ 진입 방안의 하나로 기존의 추가 인터넷전문은행 허가 등 외에도 저축은행과 지방은행의 은행 전환을 논의했다.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이 자본금과 지배구조 등 시중(지방)은행 인가요건을 충족해 신청하는 경우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만약 지방은행 등이 시중은행이 되면,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경쟁도가 강하되는 한편, 은행 선택의 폭이 증가할 전망이다. 지역경제 침체 및 지역민 충성도 하락에 따라 경영에 어려움이 있는 지방은행에도 대출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진출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지방은행 추가 설 시 역내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데다 실제 은행으로 전환할 만한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은행을 만드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대주주 적격성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한도 등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여럽고 비용이 드는 일이다. 가령 비금융주력자의 지분 보유 한도는 시중은행 4%, 지방은행 15%이며 동일인 주식보유한도도 시중은행 10%, 지방은행 15%라 규제에서 차이가 있어 이를 맞추려면 보유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 강영수 과장은 다만,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수요가) 생길 수도 있다”며 “미래까지 감안을 해야 하고 (후보자가) 누구인지 찾는 과정을 별도로 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TF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개정해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을 제도화하는 안도 논의했다. 신용카드 및 보험 회사에 ‘지급 계좌(Payment Account)’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고객 돈을 직접 보관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간편결제·송금 외에도 급여 이체, 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계좌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종지업 도입 시 은행과 비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이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하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수시입출금 자금 유치 경쟁이 일어나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이자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반면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금융회사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TF 논의 과정에서 업권간 이해관계보다는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 개선과 금리부담 완화 등 국민의 실질적 편익 증진 여부를 핵심기준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은행권에 실질적인 유효경쟁을 촉진하는 측면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과제를 검토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비은행권의 업무영역 확대의 경우, 과거처럼 업권간 이해관계 측면이 아니라 국민의 효용 증진, 즉 은행권 경쟁촉진과 함께 금융안정,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