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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례로 돌아가면 대리운전 기사가 떠나버린 상황에서 운전한 A씨는 벌금 700만 원에 처해졌다. 2022년 4월 자정이 가까운 어느 날, 술을 마신 A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통해서 귀가하는 길이었다. 함께 탔던 A씨 친구가 중간에 구토하는 바람에 차량이 정차했다. 기사는 시간이 지체된 데 따른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A씨는 추가 요금을 거부하고 기사를 중간에 돌려보냈다. 교외에 남겨진 A씨는 직접 차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갔다.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상태인 0.1%였고, 이 상태에서 이동한 거리는 약 3km.
법정에 선 A씨는 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A씨는 “너무 외지라서 대리운전 기사를 다시 호출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는데, 법원은 “그걸 알면서도 기사에게 추가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듣지않았다. 추가 요금 얼마를 아끼려다가, 벌금으로 700만 원을 내게 된 것이다.
유사한 판례를 보면 ‘대리운전 기사가 주차를 엉망으로 해서’, ‘주차난이 심한 지역에서 마땅한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기사를 돌려보내고서’ 각각 음주운전을 한 이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음주운전 사건은 대리운전 기사의 신고로 적발되는 게 상당수”라고 했다.
반대로 B씨는 음주운전을 하고서도 무죄가 나왔다. 2021년 4월 지인과 교외로 나들이를 나간 B씨의 자동차 근처에서 불이 났다. 불은 B씨의 차량을 덮칠 듯이 삽시간에 번졌다. 이대로면 B씨의 차량은 화재에 휩싸이고, 차량 안에 있는 인화성 물질에 불이 붙을 염려가 있었다. B씨는 차량에 시동을 걸어 이동시켰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이동거리는 10m가 채 안 됐다.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음주운전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취지다. 법원은 “B씨의 음주운전 행위는 화재가 번져 차량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과 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이유 있는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성폭행 범죄로부터 도망하고자’, ‘가정폭력 남편에게서 벗어나고자’ 음주운전을 한 여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인정한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