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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이 사이에 내홍을 겪었다. 국정원 2인자로 꼽히는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이 면직 처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 전 실장의 돌연 사퇴에 김규현 국정원장과의 인선 이견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 원장과 조 전 실장이 각각 인사안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 전 실장 후임으로 김남우 신임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으며, 이번 2·3급 인사가 이뤄졌다. 김 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100여명을 사실상 ‘대기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전 정부 색채를 빼고 대공 첩보 수집 등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들로 물갈이했다. 전 정권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던 인물이 상당수 포함돼 정권 교체 이후 물갈이 인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무보직을 받은 인원은 향후 교육기관 입교나 지원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야권에서는 국정원의 이번 인사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이 얼마나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줄 잘 서라’는 시그널을 노골적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 보복에 눈먼 권력은 우리 사회 전체를 병 들게 하는 암 덩어리”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정원의 비밀 사항이었지만 이미 보도가 됐다”며 “윤석열 정권에서 1급 부서장 27명을 6개월 전에 전원 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40~50대의 유능한 공무원들이 무슨 죄냐”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보복이 있어서야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기 국정원장을 안 해봐서 모르지만 탈법·위법 행위로 검찰 고발을 통해 사법 조치를 당하고 인사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있었다”며 “하지만 이렇게 일괄적으로 비리도 없는 27명의 1급 부서장이 4~5개월간 대리인 체제로 가면 이 나라의 안보 공백”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