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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총의 소확행] 사는 곳 때문에 힘들지 않나요?

김은총 기자I 2018.08.09 10:17:08

주거문제 해결하고자 도입된 사회적주택
대단지 임대주택과 달리 도심 속 소량 분산
'슬럼화' 방지하고 지역 재생·사회통합에 기여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집은 꿈을 꾸는 곳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집이 꿈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20년· 30년 만기라는 찐득한 딱지를 달고 삶의 전반에 들러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유년 시절을 지나 새로운 삶에 첫발을 디딘 신혼부부의 첫 시련이 집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내(2015~2017년) 결혼한 379쌍의 신혼부부는 결혼준비 시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으로 주택마련을 꼽았다.

통계청의 ‘KOSTAT 통계플러스 보고서’ 역시 2015년 결혼한 서울 및 수도권의 신혼부부 10쌍 중 6~7쌍이 주택 마련에 실패했다고 보여주고 있다. 절반이 넘는 신혼부부가 결혼과 동시에 안정적인 보금자리 없이 떠도는 노마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주택’은 이런 작금의 사태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적주택 정책은 주거 취약계층 중에서도 청년과 신혼부부 등 비교적 젊은 세대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업 방식은 이렇다. 먼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땅을 매입해 주택을 설립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는 민간 자본을 투자받아 사업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설립된 주택은 사회적기업이나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주체의 운영기관에 위탁된다. 운영기관은 투자금과 최소한의 운영비만을 고려해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제공한다.

임대사업이라는 경제활동을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덤으로 결혼과 출산 장려라는 사회적가치까지 창출한다는 점을 보면 사회적주택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꽤 효율이 높은 분야인 셈이다.

사회적주택 전에도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982년 처음 도입된 임대주택이다. 하지만 임대주택은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며 비정상적인 우리나라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외곽지역에 대규모 단지로 조성되는 임대주택은 ‘슬럼화’라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임대주택 단지가 저소득층이 집단거주하는 곳으로 인식되며 입주민들이 사회적으로 격리되고 지역 주민과의 마찰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된 것이다.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한 ‘임거(임대주택 거지)’, 휴거(휴먼시아 거지)‘ 등의 은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주택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주요 도심의 일반 주택 사이에 소량으로 분산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설립 과정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영 주차장이나 개방 도서관 등을 함께 마련하는 등 기존 주민과의 갈등 해결에도 적극적이다.

사회적주택의 또 다른 특징은 입주민을 중심으로 작은 지역 공동체가 구성된다는 점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주택에는 선후배 간 취업 멘토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신혼부부가 모인 사회적주택에는 방과 후 아이를 돌봐주는 육아협동조합이 만들어진다.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의 사회적주택에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정미소가 운영되기도 한다. 모두가 공동의 행복을 위해 마련된 것들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5조 3항에 따르면 주거권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권 중의 하나다. 집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첨단으로 치닫고 있는 도시의 이면에는 여전히 불안정한 주거문제와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높은 월세와 잦은 이사로 불안한 신혼부부,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는 청년, 폭염과 한파를 맨몸으로 견디는 쪽방촌의 어르신, 그런 사람들을 몽땅 안락한 주거공간에 몰아넣고 집이 주는 행복을 마구 맛보게 해줘야 한다. 그 누구도 사는 곳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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