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지갑 닫은 美소비자…트럼플레이션 기대감 ‘뚝’

김형욱 기자I 2017.04.16 18:13:02

'일시적 정체…큰 틀에선 물가인상 긍정적' 주장도

최근 10년 미국 근원 소비자 물가 성장률 전년비 증감 추이. /FT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다. 올 들어 이어지고 있는 미 자동차 판매 부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미 소비자 물가 인상률도 예상 외로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경기 부양 정책이 물가 상승(경기 부양)을 이끈다는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 기대감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그의 공약,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기를 되살리리란 기대감을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된 수치는 이를 배신했다. 이날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미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0.5%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올 2월 전망치는 3.4%였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GDP 성장률이 3년 만에 최저다. 뉴욕 연은 역시 GDP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낮췄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지면 따라서 떨어지는 미 10년물 국채금리 역시 5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2.2%대 초반으로 트럼프 당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채금리가 낮다는 건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것, 즉 안정 자산 선호가 두드러졌다는 의미다. JP모건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리플레이션(점진적 물가 상승)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근원물가지수(core price)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월보다 하락했다. 근원소비자물가 인상률도 2.0%로 떨어졌다. 성장률 전망도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또 3월 미 소비자 소비도 전월보다 0.2% 줄었다. 2개월 연속 하락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자동차 판매가 올 들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1분기 미 GDP 성장률 부진은 연간 GDP 성장률을 3%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 정부에 큰 부담이다. 미 정부뿐 아니라 올해 시장 과열을 막겠다며 점진적 금리 인상을 공언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도 부담이기는 마찬가지다. 미 경기는 과열은커녕 식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물가 인상 침체 신호가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애쉬워스는 “몇몇 부정적 요인이 겹친 ‘퍼펙트 스톰’(두 가지 악재가 겹쳐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일 뿐”이라며 “그러나 이 요인들은 대부분 일회성이다”라고 전망했다. 제퍼리즈의 머니마켓 부문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머스 사이먼스는 “1분기 추이는 약간 엇갈렸지만 소비자 소비 데이터는 우상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물가 상승이 최근 주춤하며 연준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면서도 “연준이 그럼에도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통화 긴축) 계획을 시사한 건 고용률 증가, 임금 상승 등이 물가 인상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