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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흥행 '바비', 베트남 이어 쿠웨이트·레바논서 '빨간딱지' 왜?

이소현 기자I 2023.08.11 16:56:28

중동 국가들 영화 '바비' 상영금지 조치
쿠웨이트 "공공질서 맞지 않는 사상 조장"
레바논 "동성애 조장…어머니 역할 조롱"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영화 ‘바비’가 전 세계적으로 매출 10억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베트남에 이어 중동 지역인 쿠웨이트와 레바논에서 상영금지 조처가 내려지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배우 마고 로비가 7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에서 열린 영화 ‘바비’ 핑크카펫 행사에서 팬들을 향해 손은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영화 ‘바비’가 쿠웨이트와 레바논에서 자국의 보수적 가치에 위해되는 것을 이유로 상영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 영화검열위원회는 ‘바비’를 공공 윤리와 사회적 전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국영통신사에 따르면 라피 알 수베이 언론출판부 차관은 ‘바비’를 두고 “쿠웨이트 사회와 공공질서에 맞지 않는 사상과 신념을 조장한다”며 “쿠웨이트 공공윤리에 반하는 외국 영화는 종종 장면이 검열되지만 이질적인 개념이나 메시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담은 영화는 완전히 금지된다”고 지적했다.

레바논은 동성애를 이유로 들었다. 모하마드 모르타다 레바논 문화부 장관은 “바비가 신앙과 도덕의 가치에 위배되고 동성애와 성적 변형을 조장한다”고 검열을 담당하는 내무부 측에 상영 금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바비가 어머니의 역할을 조롱하고,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상영 금지 요청에 대한 배경도 설명했다.

중동 지역은 역사적으로 동성애가 광범위하게 범죄화된 곳이다. 하지만 레바논은 성 소수자에 관대한 국가 중 하나기 때문에 이번 상영 금지 조치가 화제를 모았다. 레바논은 2017년까지만 해도 아랍국가 중 처음으로 성소수자 퍼레이드 주간을 열기도 했다.

특히 ‘바비’는 동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해당 영화 출연진에 동성애자인 케이트 맥키넌과 트랜스젠더인 하리 네프 등 성소수자 배우들이 등장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NYT는 최근 몇 달간 레바논에서 반(反) 성소수자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달 동성애가 레바논에 ‘임박한 위험’을 제기한다면서 레바논 당국에 조처를 촉구한 것을 언급했다.

동성애 등 성 정체성 문제를 이유로 중동에서 상영이 금지된 ‘바비’뿐만이 아니다. 앞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예고편에 트랜스젠더 어린이보호 포스터가 포함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상영이 금지됐다. ‘토이스토리’ 버즈 캐릭터 이야기를 담은 ‘라이트이어’는 두 여성의 입맞춤 장면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약 12개 중동 국가에서 상영을 할 수 없었다. 마블 최초로 게이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이터널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쿠웨이트에서 상영이 금지됐다.

‘바비’는 앞서 베트남에서도 상영이 금지된 바 있다. 중국과 베트남이 모두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표시하는 지도를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담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바비 인형을 소재로 한 영화 ‘바비’는 주인공 바비(마고 로비)가 이상적인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 세계로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할리우드에서 배우·감독·작가로 활약하는 그레타 거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페미니즘과 현실 풍자를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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