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쟁자 손발 일시 묶어준 IRA..배터리 업계 과제는

함정선 기자I 2022.08.25 14:16:48

"연말 가이드라인 전까지 국내 업계 입장 충분히 전달해야"
광물·부품 다변화 민간주도로는 역부족…정부 지원 늘려야

[이데일리 함정선 박민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로 수혜가 예상되는 배터리 업계에서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미국 내 공장을 운영하거나 설립 중인 국내 배터리사들이 경쟁 상대인 중국의 배터리사보다 유리한 상황이지만 북미산 배터리 소재 비율을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인플레 감축법에 포함된 만큼, 광물과 부품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IRA와 관련해 미국 측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등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배터리 업계는 연말께 미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정부가 세부 내용을 최대한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등과 관계를 고려해 광물과 소재 공급망 다변화에 대해서는 민간 주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 기업의 힘만으로는 광물 공급처 확대와 소재 기업 육성이 역부족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반도체ㆍ전기차 지원법 대비 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는 25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개최한 자동차·반도체·배터리 업계와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지원 필요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업계는 우선 배터리 분야에 관련해서는 우선 향후 나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국내 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바를 바탕으로 미국 측에 제안할 안을 짤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공개된 IRA에서는 배터리에 포함된 특정 광물이 ‘해외 우려 국가’에서 추출·제조되거나 재활용되는 경우 전기차 인센티브(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다고 돼 있다.

2023년까지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를 미국에서 조달해야 하고, 이를 조금씩 상향해 2027년부터는 80%의 미국산 광물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양극재와 음극재 등 관련 부품도 2023년에는 미국산을 50%로 늘리고, 2029년에는 100%까지 확대해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현재 IRA에는 단순히 광물과 부품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이 비율의 기준이 특정 광물의 함유량인지, 어떤 종류를 대상으로 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이에 정대진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재무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연말 안에 적용될 텐데 광물과 부품에 대한 요건이 기술적이라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의 혜택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줄일 방안을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처럼 미국과 FTA 등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서 생산하는 광물의 비중이 워낙 큰 것을 지적하며 FTA를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IRA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FTA를 체결한 나라 중 자원 부국도 있지만, 니켈의 경우 인도네시아 매장량이 세계 최대”라며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이미 호주나 칠레 등으로 배터리 광물 등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공급망 다변화가 기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IRA 통과 이후 각국이 자원에 대해 국영화하는 등 자원 보호주의가 강화하고 있어 정부가 자원 부국과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거나 지원을 강화하며 국내 기업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소재·부품 기업에 투자 등을 집중해 전략적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리튬이나 흑연 등 핵심 광물의 제련시설이 중국에 집중돼 있어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도 쉽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공급망 다변화에 따른 기업의 비용과 투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저렴한 중국산 광물이나 소재를 다른 곳에서 조달하면서 비용이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제지원이나 투자금 확보 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국내 배터리사뿐만 아니라 모든 배터리사가 같은 환경이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며 중국 배터리사의 경우 일시나마 손발이 묶이는 셈으로 이 시기를 잘 이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앞으로 공급망 다변화 등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기업 간 경쟁력이 크게 벌어질 수 있어 대비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여한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대응 채널 등을 만들고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광물과 소재 다변화 등은 시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어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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