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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자폐증 가족 연구로 새로운 자폐 유전 변이 찾았다

강민구 기자I 2022.07.19 13:00:00

2011년부터 3708명 자폐 환자 연구..813명 염기서열 분석
비 부호화 영역에서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 발생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대규모 한국인 자폐증 가족 유전체 연구로 새로운 자폐 유전변이를 발견했다. 그동안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영역에만 쏠려 있던 정신질환 연구 풍토에서 비 부호화 영역 연구로 바꿔야 자폐증 치료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정호 KAIST 교수(왼쪽)와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오른쪽).(사진=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정호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최정균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 단장,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대규모 한국인 자폐증 가족 코호트를 모집하고, 전장 유전체를 분석해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유전체 영역인 비 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자폐증은 사회적 의사소통 결핍이나 이상, 반복적이거나 틀에 박힌 행동 문제가 유아 시절 시작돼 거의 평생 지속되는 뇌 신경 발달장애이다. 질환 발생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공식 인정된 치료 약제가 없다.

연구팀은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비 부호화 유전체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한국인 자폐증 샘플로 제작한 인간 줄기세포로 증명했다.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3708명에 이르는 자폐 환자와 가족들로 구성된 대규모 한국인 코호트를 구축하고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중에서 813명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유전체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지만 자폐증 유전체 연구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비 부호화 영역을 집중적으로 규명했다. 3차원 공간상의 염색질 상호작용이라는 분석 방식을 사용해 비 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한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자폐 유전자의 기능에 심각한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특히 자폐증 유발 유전변이가 단백질을 부호화하지 않는 비 부호화 영역에서 발생해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신경 발달단계 초기부터 질병 발병에 기여한다는 부분도 확인했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우리나라 연구진의 힘을 모아 자폐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우리가 자폐증의 발병 기전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아가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아직 연구해야 할 것이 많고, 유전체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정신의학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지난 15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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