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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아닌 직업외교관 등용한 윤석열號…4강 외교 '시동'

정다슬 기자I 2022.06.07 13:42:15

文정부 초대 대사 非외교관 출신이었던 것과 대조
엄중한 대외상황 인식 반영된 듯
북핵통·미국통 많아…정세변화 대응 '초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한반도 주변 4강(强) 대사 인선을 마치면서 윤석열표 외교를 이끌어갈 외교진영 얼개가 완성됐다. 이번 4강 대사 인사의 특징은 정치인 출신 대신 외교관, 학자 출신 외교전문가들을 앉힌 것이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주유엔(UN)대사에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 주일대사에는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주중국대사에 정재호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주러시아대사에 장호진 한국해양대 석좌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앞서 주미 대사로 임명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까지 포함돼 새 정부 4강·유엔 대사 인선이 마무리됐다.

4강·유엔 대사 중 3명이 직업외교관

조태용 주미대사 내정자와 황준국 대사 내정자, 장호진 대사 내정자는 모두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조 대사는 외무고시 14기, 황 대사와 장 대사는 외무고시 16기 동기다.

4강 대사, 특히 초기 대사는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비(非)직업외교관 출신들이 맡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의 의중을 근거리서 파악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통해 양국관계를 격상시키는 효과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 4강 대사직이 ‘대선 공신’들의 보은직으로 전락해 외교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물론 이날 인선된 4강·유엔 대사 역시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로 활동하는 등 인연을 맺어왔지만, 이처럼 외교안보 분야에서 직업 외교관이 적극적으로 등용된 사례는 흔치 않다.

이는 전임 문재인 정부 초대 4강 대사에 직업외교관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을 보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4강 대사로서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노영민 전 의원, 이수훈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우윤근 전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조 전 대사는 이전 주영 대사를 역임한 적 있으나 직업외교관 출신은 아니며 노 전 대사와 우 전 대사는 정치인 출신이다. 이 전 대사는 일본어를 거의 못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초대 4강 대사직은 모두 비외교관 출신으로 구성됐으나, 후반 직업 외교관으로 교체됐다.

윤 대통령이 초대 대사로 직업외교관 출신을 다수 중용한 것은, 미중갈등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대외변수가 돌출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이를 관리할 전문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핵 실무 경험 풍부한 직업외교관

먼저 황준국 주UN 대사 내정자는 외교부 내 대표적인 북핵통으로 평가된다. 1차 북핵 위기인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당시 실무자로 현장에서 협상을 지켜보면서 북핵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8년 3월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부터 주미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을 역임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황 내정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물론, 북핵 6자 회담국 내 인사들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유엔과 관련해서도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1등서기관, 참사관 등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2016~2018년 주영대사를 역임한 뒤 퇴임했다. 이후 연세대 국제대학원과 한림대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해왔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서울대 한 학번 차이로 재학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황 내정자는 한국의 세 번째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이라는 중책을 맡아 이끌게 된다. 한국은 2024년~2025년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시점, 국제사회의 일관된 대북대응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강제동원, 자발적 일본 기업 협력 크게 환영”

윤덕민 주일본 대사 내정자는 한일관계와 북한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를 연구해온 학자로, 박근혜 정부 당시 차관급인 국립외교원 원장을 지냈다. 이에 앞서 국립외교원의 전신인 외교안보연구원에서 20여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석사학위, 일본 게이오대학교 법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어에 능통하며 지난 대선에서는 ‘외교브레인’으로 윤석열 캠프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짜는 데 기여했다. 지난 4월에는 윤석열정부 방일대표단 일원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면담했다.

윤 내정자는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초대 주일대사로서 이를 이끌 책무를 지게 됐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달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도쿄에서 주최한 국제회의 ‘아시아의 미래’에 참석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한국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자발적인 일본 기업의 협력이 있다면 크게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관계 해박한 국제정치학자

정재호 주중국 대사 내정자는 미중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이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학사를 졸업해 국제정치전문가가 됐다는 이색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는 2002년부터 2003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했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냈다. 또 2007년부터 중국 인민대학 초빙교육을 거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 중국연구소장을 지냈다. 2013년부터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산하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정 내정자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한 것을 천명한 상황에서 한중 관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임을 지게 된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 충암고 고교·대학 동창으로 잘 알려져 있다.

李정부 청와대 외교비서관 출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러 관계 역시 대변화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대사로 부임하게 된 장호진 내정자는 동구과장과 주러시아 참사관 등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과 한러 수교 10주년 등을 경험한 이력이 있어 러시아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장 내정자는 이후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과 북미국장 등 요직을 거쳤고,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으로도 활동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장 내정자를 ‘미국통’이자 ‘북핵통’으로 꼽기도 한다. 2010년에는 주캄보디아 대사를, 2012년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지냈다. 또 박근혜 정부 때는 황교안 총리의 외교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이후에는 특별한 보직을 맡지 못하다 퇴직했다. 이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에는 윤석열 캠프에서 외교안보분야 자문을 해왔다.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으로 지난해 쓴 ‘잊혀진 수교 30주년, 한러 관계의 현주소’에서 한러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스관 연결 사업을 남북러 3자 사업이 아닌 양자사업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사 인선은 주재국에 대사가 대통령의 신임장을 제출한 후, 이에 대해 주재국이이 동의하는 ‘아그레망’이 완료된 후, 대통령이 임명절차를 걸치며 완료된다. 아울러 4강과 유엔 대사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다른 공관장 인선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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