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우후죽순 신재생발전에 제주 풍력 `셧다운`…원전 10기 전력 허비

문승관 기자I 2021.10.12 11:31:42

8월까지 55회 출력제한…10.4GWh 2500가구 1년 쓸 전기 날려
내년 말 제주·육지 간 양 방향 전송 해저케이블 구축…"임시방편 불과"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올해 8월까지 제주 풍력발전단지가 55차례나 셧다운(강제 발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 고장 등의 원인이 아니라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거나 송출할 수단이 없어 전력이 남아돌자 취한 조치다. 특히 지난해 중단횟수는 총 77회로 지난 6년간 가장 많았다. 이미 올해 8월 55회에 이르면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30㎿ 규모의 제주탐라 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사진=두산중공업)


제주에 태양광 등 다른 신재생발전 설비가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장과 송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묻지마식’으로 이뤄진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이 낳은 예고된 사태라는 지적이다.

2500가구 쓸 전력·전기차 1.6만대 완충할 전기 날려

12일 이데일리가 제주에너지공사의 ‘제주도 재생에너지 출력제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까지 제주 풍력단지 출력제한 횟수는 55회로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8개월(243일) 간 55회 중단이면 평균 4.4일에 한 번꼴로 풍력발전기를 멈춘 셈이다. 정상 가동했을 때 생산 전력량으로 따지면 10.4GWh(기가와트시)나 된다. 이는 4인 기준 2500가구가 사용할 전력으로 전기차 1만6000여대를 한번에 완충할 수 있는 규모다. 원전 약 10기 생산량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제주 내 태양광 발전시설은 대부분 출력제어 설비를 갖추지 않은 소규모의 무인 운영 시설이어서 제주도 조례에 따라 제어 설비를 의무화한 대규모 풍력 발전시설만 셧다운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력발전기가 자주 멈춰서는 이유는 생산한 전력을 담아놓을 시설도, 육지로 보낼 수 있는 전송망도 없어서다. 날씨가 청명하고 바람도 많이 부는 날엔 풍력발전 셧다운이 더 잦아진다. 태양광 순간 발전량이 많으면 그만큼 전력 생산이 늘 수밖에 없어 전력계통 과부하 방지를 위해 풍력발전을 강제로 중단하는 것이다. 전력은 공급이 부족해도 문제지만 공급이 넘쳐도 주파수와 전압이 급변동해 전력망 붕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 말 제주 육지 간 양 방향 해저케이블 개통

결국 정부는 결국 제주 내 재생에너지 셧다운을 줄이기 위해 지난 3월 산업부와 제주도청,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에너지공단 등이 참여하는 ‘제주도 에너지협의회’를 구성했다. 정부는 제주-육지 간 해저케이블(HVDC·고압직류송전) 2개 라인을 통해 제주도 내 잉여전력을 육지로 보내기로 했다. 기존에는 육지에서 제주도로만 전력을 보냈으나 역전송 능력을 확보해 반대로 송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제주도 내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이 최대 34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말 제주-육지 간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실시간 양 방향으로 전송할 수 있는 세 번째 해저케이블을 준공하면 도내 재생에너지 수용량은 400㎿ 더 추가할 수 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계통안정화 ESS(에너지저장장치) 23㎿h를 올해 제주도부터 우선 구축하기로 했다. 남는 전기를 담아둘 저장장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잉여전력을 소비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플러스 DR제도’도 도입했다. 일반적인 DR은 피크수요 시기에 전력수요를 절감하나 플러스 DR은 잉여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간에 전력을 사용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남는 전력을 소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셧다운 횟수를 줄이겠다는 게 산업부의 계획이다.

당장 풍력발전 셧다운 막을 방도 없어

하지만 당장 셧다운을 막을 수단은 없는 상태다. 제주 신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접속 한계용량은 590㎿(메가와트)다.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여서 400㎿ 정도를 더 늘린다 해도 앞으로 들어설 풍력 발전기를 비롯해 태양광 설비까지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 최대 발전 한계치를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의원(국민의힘)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현재 셧다운 수준이 이어진다면 제주 풍력발전 출력제어 횟수는 2034년 326회로 급증한다고 했다. 출력제한에 따른 소모비용도 지난해 약 34억원에서 2034년 5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 과잉 생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설비 운영 대책과 더불어 중장기적 생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