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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삼일로창고극장' 26일 폐관…역사의 뒤안길로

김미경 기자I 2015.10.27 14:09:36

오랜 경영난·건물주 개축 '폐관' 앞당겨
"더이상 버틸 여력 없어…힘들게 결정"
후원 2년 전 끊기고…사재 털어 빚더미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으로 40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삼일로창고극장이 오랜 경영난 끝에 26일 폐관했다. 정대경 삼일로창고극장 대표는 “명동에서의 시절을 접는 것 뿐”이라며 “새로운 지역을 물색 중이다. ‘창고극장’ 이름은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삼일로창고극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최초 민간극장이자 소극장운동의 본거지인 ‘삼일로 창고극장’이 26일 문을 닫았다. 이로써 1970년대 중반 소극장운동을 이끌었던 대표 공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대경(56) 삼일로창고극장 대표(한국소극장협회 회장)는 “건물주가 건물을 개축하겠다고 해 공사 직전인 내년까지 극장을 운영하려고 했지만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됐다. 26일부로 극장 문을 닫았다”고 27일 밝혔다.

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 대표는 “건물주가 건물을 개축하더라도 극장을 열 계획이 없다는 의지를 계속 밝혀왔다. 내년 초까지 버틴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폐관하게 됐다”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다만 창고극장이란 이름은 지킬 생각이다. 극장은 장소가 중요한데 ‘삼일로 창고극장’이란 이름에 걸맞은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삼일로 창고극장은 1975년 옛 삼일고가도로 남단 주택지대 한쪽 끝에 개관했다. 165.3㎡(약 50평) 남짓한 100석 규모의 극장은 1976년 고 추송웅이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초연한 곳이다. 연극계에 1인극 열풍을 불러온 작품이다. ‘티타임의 정사’ ‘유리동물원’ 등도 모두 창고극장에서 초연했다. 고 이원경을 비롯해 강영걸·오태석 등의 연출가와 박정자·전무송·윤여정·유인촌·윤석화 등 많은 배우들이 이곳 무대에서 데뷔하거나 활동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후 여러 차례 폐관 위기를 겪어왔다. 2011년 태광그룹 후원으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2013년 10월 지원이 끊긴 뒤 한 달에 330만원인 임차료도 1년 넘게 못 내던 상황이었다.

정 대표는 “1975년 명동에 자리를 잡았던 삼일로창고극장은 한국연극사와 함께해온 한국연극의 보물창고인 만큼 명동에서의 시절을 뒤로하고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숨고르기에 들어간다”면서 “폐관이 아닌 좀더 강하고 튼튼한 디딤돌을 세우기 위한 준비시간이다. 박제된 역사로 남지 않기 위해 치열한 사투로 다시 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대경 삼일로창고극장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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