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담보 누락해 고금리 부과…은행 대출금리 주먹구구 산정 적발

박종오 기자I 2018.06.21 12:01:10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A은행 영업점은 대출받으려는 고객의 소득이 있지만, 벌이가 없거나 실제보다 적다고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 일반보다 높은 대출 이자를 물렸다.

B은행 영업점은 대출자가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담보를 잡힌 사실이 없다고 전산에 입력했다. 그 결과 대출 금리가 올라가 이자 부담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월 국민·기업·농협·부산·시티·신한·우리·하나·SC은행 등 시중은행 9개의 대출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한 결과, 일부 은행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대출 금리를 부과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은행 대출 금리는 통상 주요 은행의 자금 조달 금리를 평균한 금리인 코픽스 등 대출할 돈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준 금리’로 삼고 여기에 ‘가산 금리’를 더하고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 실적·통장 개설 등 거래 실적을 반영한 ‘우대 금리’는 제외해 정한다. 가산 금리는 은행 인건비 등 업무 원가, 세금, 고객 신용도를 고려한 위험 비용, 은행 마진율(목표 이익률) 등을 합쳐 산출한다.

금감원이 적발한 사례는 대부분 가산 금리를 주먹구구로 결정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커진 경우였다. 한 은행 영업점의 경우 전산 시스템으로 정한 금리를 무시하고 기업에 적용 가능한 최고 금리(연 13%)를 부과했다. 권창우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장은 “소득과 담보를 빠뜨리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최고 금리를 적용한 것은 모두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물린 것”이라며 “은행 내부 통제 미흡으로 인한 문제의 경우 금감원이 직접 제재할 권한은 없다. 해당 은행이 고객에게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해당 은행의 이름이나 부당한 대출 금리 산정으로 손해를 입은 환급 대상 인원의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가산 금리를 고객이 납득하기 어렵게 정한 사례도 있었다.

일부 은행은 가산 금리 구성 요소 중 고객 신용등급 및 담보 종류 등에 따른 손실을 반영한 신용 프리미엄 금리를 주기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몇 년째 같은 값을 적용하거나 경기 불황을 가정해 일반보다 높은 수치를 반영했다. 대출자 신용도가 상승해 신용 프리미엄 금리를 낮추게 되자 기존 우대 금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줄이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처럼 가산 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하거나 은행 자체 내규 등과 다르게 운용한 은행의 경우 업무 개선을 지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금융연구원·은행연합회 등과 공동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출 금리 산정 체계 모범 규준 개정, 정보 제공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출 금리 산정 체계 모범 규준은 각 은행 내규에 반영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신용 프리미엄을 연 1회 이상 재평가하고 우대 금리 상세 명세서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 대출 약정 때 은행 영업점에서 항목별 우대 금리 등을 포함한 대출 금리 산정 내역서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은행연합회의 대출 금리 비교 공시에도 우대 금리 등 조정 금리를 가산 금리와 구분해 공시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가산 금리와 조정 금리가 합쳐져 있다보니 소비자 혼동을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은행별 주요 여신 상품의 가산금리 변동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특히 금리 상승기에 취약 가계나 영세 기업 신용 위험을 과도하게 평가해 불공정하게 차별받는 사례를 포착할 경우 즉시 현장 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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